오피니언 사설

'남경필 장남' 은폐·축소하면서 병영혁신 들먹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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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모 상병의 폭행 및 강제추행에 대해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그제 “군 당국이 남 상병 강제추행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고 폭행 횟수도 축소해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앞서 남 상병이 후임병을 수차례 때리고, 또 다른 후임병을 뒤에서 껴안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남 상병은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피해 일병의 엉덩이에 비비고 그의 성기를 툭툭 치는 등 강제추행을 했으며 폭행도 7차례에 걸쳐 50회를 했다고 주장했다.

 남 상병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며, 군은 관할권을 상급부대인 5군단으로 넘겨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건 축소·은폐가 사실로 드러나면 군의 개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것이다. 성역 없는 조사와 엄중한 처벌, 군의 고질적 은폐 문화 근절 없이 병영 혁신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영 내 가혹행위와 성추행, 영외에서의 일탈 행위도 도를 넘고 있다. 경기도 포천 모 부대에서는 지난 5월 상병이 후임 2명에게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못했다며 대검으로 신체를 찌르고 손으로 파리를 잡아 일병의 입에 넣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경기도 남양주 모 부대에선 중사가 병사들을 수갑을 채워 구타하고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선임이 후임을 성추행한 혐의도 여러 건 신고됐고, 휴가 나온 병사들이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은 어제 관련 대책으로 반인권·엽기행위가 지속되는 부대는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대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면서 사건·사고를 즉시 공개하겠다고 했다. 곪을 대로 곪은 병영 문화 혁신을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 남경필 지사 장남 사건 처리는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