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하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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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왔다. 당 대표 취임 후 첫 번째 토론회 참석으로 그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국회 처리 과정부터 방탄국회 논란, 편법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변질한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관련 입장까지 자신의 뜻을 뚜렷하게 밝혔다. 김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해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유가족들이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간 유족들을 설득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말 참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한 합의문을 수용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22일부터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해 방탄국회 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해 김 대표는 “정치인들이 혐오와 지탄의 대상이 돼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신뢰 얻기 위한 대표적인 예가 방탄국회로, 어떠한 경우라도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기념회 관련해선 “원칙적으로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열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합의된 특별법이 다시 무산됐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 상황에 대한 입장은 뭔가.

“우리 사회에 불신풍조가 너무 만연해 있어서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눈물로 사과를 하면서 국가대개조를 약속드리고 여러 가지 충격적인 제안과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국민 일부와 야당이 믿지 못하는 풍조가 잘못된 사회 현상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법과 질서를 벗어나는 합의는 여당으로서 할 수 없다. 유가족들의 회의에서 여야 합의문을 수용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팽목항 가 봤나.

“안 갔다.”

-집권당 대표로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유가족들을 설득하고 대화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만나도록 하고 어제, 그제 만났고 또 오늘도 요청이 오면 언제 든지 만나겠다.”

-대표 취임 후 법안처리 실적이 0건이다. 정치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 지적 달게 받겠다. 그러나 언론도 양비론적인 보도 보다는 시시비비를 가려줄 때가 됐다. 국회가 선진화법 이후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나설 수 없다. 협상 과정에서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형사법 체계를 흔드는 양보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세월호 문제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은 분리돼야 한다. 분리해서 국회를 빨리 열어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요청으로 8월 임시국회가 22일부터 시작된다. 방탄국회 비판이 나온다.

“정치인들이 존경은커녕 혐오와 지탄의 대상이 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뢰 회복하는 정치를 하기 위한 대표적인 예가 방탄국회 같은 게 없어져야 한다는 거다. 앞으로 어떤 경우라도 우리 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는 열지 않겠다.”

-비리 혐의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 내일 검찰에 나가나.

“본인의 선택인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탄국회 야기한 원인이 출판기념회다. 김 대표가 느끼는 출판기념회의 문제점이 뭔가.

“나도 책을 두 번 낸 적이 있다.(좌중 웃음) 그러나 출판기념회는 하지 않았다. 출판기념회는 분명히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다. 개인적으로 선출직 의원이나 또 로비를 받는 대상에 있는 고위공직자들은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 선관위에서 출판기념회 문화를 없애기 위해 입법조치를 빨리 해달라. 우리 당도 개선책 내 놓겠다.”

-새누리당이 준칙 만들었을 때, 횟수 제한과 모금액 선관위 신고 등의 내용이 있었다.

“준칙을 쭉 읽어봤는데 너무 약하다. 법 위반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해오다, 최근에 개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로서 무기력한 것 아닌가.

“18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 본회의 앞두고 의원총회가 있었다. 그때 제가 마지막 발언을 하면서 ‘세상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 이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잘못된 법이다. 그런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이 법을 바꿀 수 있다. 새누리당내에서도 찬성하는 분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자조적인 얘기를 한 거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정치적 동업자인가.

“동지적 관계다. 민주주의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초ㆍ재선 의원과 나의 관계도 동지 관계다. 정당은 민주화돼야 한다.”

-동지적 관계라면 자주 만나 대화해야할텐데, 대표 취임 후 정례회동 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수시로 만나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이후 너무 바빠 대통령을 만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대신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과 필요한 만큼 소통 잘 하고 있다.”

-대통령 휴대전화 번호 갖고 있나.

“극비사항인데... (허허허) 국가보안상 공개할 수는 없고, 보좌하는 사람을 통해 전화가 된다.”

-할 말 하는 대표 되겠다고 했는데, 대표된 후 바뀐 것 아닌가. 대권 위해 청와대 끌어안기 하는 건가.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문제는 표현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은 반드시 하겠다. 인사 문제에 대해선 얘기를 하지 않는게 개인적인 원칙이다.”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자격이 없다’고 자주 말해왔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김영삼 당시 지도자를 모셨고, 두 번의 대선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었다. 그런 경험을 볼 때 저는 여러 가지 성격상 또 여러 가지 자격 면에서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현재 생각이 없다. 제발 좀 부탁드리는데 대선 관련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 여론조사 기관에서 대권주자 후보군 중에 내 이름을 빼달라.”

-킹 메이커를 하지, 킹은 아니다라는 분도 있다.

“잘 본 거다. 여러 면에서 그렇다.”

-차기 대선에 출마 않겠다, 이렇게 정리해도 되나.

“현재로서는 생각 없다.”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의 서면 질문) 산케이 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인터넷 뉴스가 문제가 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기사 내용엔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외신에 대한 청와대·검찰의 강경한 법적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모양인데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대통령에게 그런 수준 낮은 비하를 한 것은 권위있는 신문의 보도로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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