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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은퇴 팁] 세금 같은 경조사비 나부터 줄여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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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경조사는 우리나라 전통미덕인 상부상조에서 유래됐다. 잔칫집이나 상가에 돈 또는 일손을 보태주며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것인데, 요즘은 현금으로 대신하는 경조사가 됐다.

 경조사는 일종의 교환행위다. 교환의 조건은 간단하면서도 엄중하다. 첫째 내가 한 부조를 돌려 줄 수 있는 사람이냐다. 둘째 받은 만큼 내는 것이다. 이들 조건 아래 ‘현금박치기’ ‘눈 도장 찍기’로 관계가 유지되는 게 경조사다.

 노후엔 소득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현역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조부담이 커진다. 받은 만큼 내려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 내가 한 부조를 되돌려 받을 가능성도 작다. 노후엔 경조사의 교환법칙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현역 때 뿌린 경조사비를 노후에 거둬들이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경조사를 통해 돌려받는 금액은 평생 내가 뿌린 돈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수명 연장으로 앞으론 경조 부담이 은퇴 후 시점으로 몰리게 돼 있다. 가장 많이 사망하는 최빈사망연령은 지난해 86세에서 2020년엔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은퇴한 다음에 부모상을 치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다 젊은이들의 만혼경향으로 퇴직후 자녀의 혼사를 치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상호부조적인 장점도 적지 않은 한국의 경조사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다만 경조사가 세금고지서처럼 느껴지거나 노후 은퇴자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실은 분명 잘못됐다. 나부터 솔선해 적게 내고 적게 받는 선순환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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