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조 정치인」의 후보난립에 제동|새 국회의원 선거법을 보고|이강혁<외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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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 국가의 정치질서를 조성하기 위한 이른바 정치입법의 하나로 새 국회의원선거법이 마련됐다. 선거법은 새 창법에서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 새로운 선거제도가 채택되었다는 현실적인 필요성과 깨끗한 정치풍토 및 공명선거의 제도적 확립을 통한 새 국가건설이라는 이념적인 당위성의 결과라는 것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선거제도는 일반적으로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고 그것에 의하여 헌법제도 전체의 성격이 좌우되는 원리적인 문제들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표민주제에 있어서 그 선거법은 헌법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새 선거법은 첫째 국민의 자유의사에 의한 공정선거의 보장, 둘째 과열·부정·타락선거의 방지와 깨끗한 정치풍토의 구현, 셋째 정국의 안정도모, 넷째 유능한 신인의 정계진출기회의 확대, 다섯째 투표의 평등과 정당의 평등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새 선거법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선거방법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선거구의 조정을 들 수 있다. 즉 그동안 인구증가, 국토개발로 인한 지세와 생활권의 변동. 행정구역의 변경 등을 고려하면서 다른 한편 종래에 무리하게 획정해 「게리맨더링」이란 지탄을 받던 지역을 시정하여 재조정한 점이다. 이것은 흔히 인구 또는 지역에 의한 차별선거제로서 헌법소송의 여지가 있었던 것을 합리화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l구2인제가 오늘날의 다당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발전될 것인가는 큰 관심사라고 하겠다. 둘째 참정권의 신장을 들 수 있다. 종래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있어서 5천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선거범은 일정기간 그 참정권이 없었으나 새 선거법에서는 그것을 5만원이상의 벌금형으로 개정함으로써 벌금형을 받은바있는 많은 선거사법에게 참여의 기회를 대폭 부여하고 있다.
세째 정당정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지역구 입후보에 있어 당원의 경우 소속정당의 추천만으로 후보등록이 가능하나 무소속후보에게는 지역구내 유권자 5백∼7백명의 추천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하여 무소속 인사의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있다. 또 선거일이 공고된 3일 후부터 탈당 또는 당적을 변경한 경우 후보등록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소신이 없는 이른바 「후조 정치인」의 입후보를 제한하고 있다.
한편 기탁금에 있어서도 무소속후보자는 1천5백 만원으로 정당후보의7백 만원보다 2배가 넘도록 책정함으로써 정당후보자를 우대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자금의 보조와 정당보호를 규정하여 정당정치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네째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위해 공명선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선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운동원의 수를 대폭 제한하고 동시에 공무원, 리·통·반의 장은 선거사무원 등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선거운동 방법은 선전벽보·선거공보·합동연설회·현수막만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선거비용의 과다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그 제한액을 선관위가 비목별로 공시케 함으로써 철저한 선거 공영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한편 지난날과 같은 과열·부정·타락선거의 재연을 막기 위하여 개인연설회·호별방문·각종 기부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기투표·서명운동·「매스컴」의 불법이용 등도 금지하고 있다.
다섯째 투개표 참관인 제도를 보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래에는 제1당 및 2당 후보자는 2인, 기타후보자는 1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던 제도를 개정하여 정담후보자는 각2인을, 무소속후보자는 각1인을 추천하게 하여(단 개표참관인은 후보자가 각2인씩 선정)정당의 형평을 기하고 있다. 또 투개표참관인에 대한 수당은 모두 국고에서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선거의 공경성과 투개표참관 임무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 여섯째 새 선거법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비례대표제(전국구제)의 신설이다.
비례대표제는 각계의 직능대표 등을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하여 정당정치를 발전시키고 다수대표제에서 결과되는 소수파의 사표를 흡수하여 사의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에 그 의의가 있다. 새 선거법은 전국구의석의 배분을 지역구의석수가 제일위인 정당에 그 3분의2를 배분하고 지역구에서 5석이상의 의석을 획득한 제2당 이하에, 나머지 3분의1을 의석 수에 따라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제3공화국의 경우와 달리 득표율에 의한 배분이 아니고 의석 수에 따라 배분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러한 입법취지는 『정국의 안정을 기하고 다당제의 채택에 따른 국회의 공전을 막기 위한 필요 불가결한 제도』라는 입법관계자의 설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국안정을 위해 의석배분에 있어 제1당을 우대하는 외국의 입법에는 「이탈리아」하원의원선거법, 「프랑스」선거법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끝으로 이 법이 담고 있는 이념과 정신이 잘 준수되고 실효성이 확보되어 우리 민주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집행자와 입후보자 및 유권자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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