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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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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쌀 산 뒤에 책 산다」는 말도 있둣이 서점만큼 경기를 타는 장사도 드물다.
최근의 불경기로 서점가가 찬바람에 싸여있지만 부가가치세가 없어 그런대로 부업으론 견딜만하다. 큰 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굶지는 않는다는 것이 서점 주인들의 얘기다. 바로 이 때문에 웬만한 사람이면 한번쯤은 서점을 차려볼까 생각한다.
특히 한 두 분야의 서적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서점 내면, 좀 더 나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전문서점은 특별한 절차 없이도 자의적으로 낼 수 있지만, 일반종합서점은 전국서적상연합회 지역별지부에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지만, 단체활동의 이점 때문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합회에 가입하려면 ▲입회원서(소정양식)를 내고 기금 5만원을 내야 한다.이때 인근 기존 서점의 양해와 동의가 있어야만 가입이 허용된다. 서점은 2평 남짓한 소규모도 있지만, 최근에는 대형화 되는 추세다.

<시설비 3백만원>
전국서적상연합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76년 평균 7.2평이던 서점 규모가 80년에는 9.5평 규모로 늘어났다. 10평 정도의 서점을 시설하는 데에는 재료에 따라 차가 있으나 약 3백만 원쯤 든다. 여기에 점포 임대료와 서적 구입비를 계산해야 한다. 특히 서적 구입비는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갖추느냐에 따라 큰 차가 난다.
요즘에는 출판사들이 현금판매를 하는데다, 보증금을 요구한다. 보증금은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1천만원까지 다양하다. 서점 주인이 출판사마다 보증금을 대고 책을 받아와서는 금리부담 때문에, 또 그래가지고 경영이 안된다.
그래서 서점 주인들은 서적 도매상인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활용할 수 있다. 협동조합으로부터 책을 공급받으려면 1천만원 이상의 담보물을 잡히거나 5백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내고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을 맞은 서점은 1천 5백만원 어치의 책을 갖다 팔고 대금을 월말에 정산할 수 있다. 이때 유의할 점은 한 달에 최소한 10%, 그러니까 1백 50만원 어치의 책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책 공급계약이 계속 유효하다.
서점의 판매 「마진」은 20∼25다. 잡지보다는 일반도서 쪽의 이윤이 더 높다.

<단행본 반품 안돼>
계산상으로는 이윤이 높은 편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 도서들은 반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팔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유진서점(주인 유진기·40·성동구 송정동)은 15평 규모지만, 위치가 좋아 성동구 안에서는 A급 일반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유씨는 한 달에 인건비 등 운영비를 빼고 50만∼60만 원의 순이익을 내기가 벅차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두리 영세서점들은 더욱 고전한다. 그러나 신흥 주택단지나 「아파트」단지, 신설되는 학교 주변, 읍·면 지역에 마땅한 장소를 잡으면 그런대로 재미를 볼 수 있다.
특정분야의 서적만을 취급하는 전문서점이 수익에선 더 좋다. 이병율 씨(세운기술서점 주인·세운상가 가동 335호)는 처음에 일반 종합서점을 냈다가 손님 둘이 찾는 책 가운데 없는 것이 너무 많아 아예 기술전문서점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씨의 서점은 중학생에서 대학교수·전자회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기술관계서적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이 씨는 기술에 관한 국내서적은 거의 구비하면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일본서적을 수입해 오기도 한다. 이 씨는 또 일본출판판매회사와 계약을 맺고 신간 기술서적을 들여와 국내 출판사에 번역 알선을 해준다. 전문서점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이밖에 종로 5가의 종교서점, 명동성당 입구의 「성바오로」서원, 충무로의 대한음악서점 등을 들 수 있다.
앞으로 생각해 봄직한 전문서점으로는 미술서점·유아전문서점·한의학서점·「레저」서점 등이다. 한의학서점에서는 한의용구의 판매를 겸할 수 있고 「레저」서점에선 낚시·등산·바둑·「스포츠」 용구 등을 취급할 수 있다. 특히 미술서점은 인사동 골목이, 「레저」서점은 서울운동장이나 잠실체육관 부근이 적지로 꼽힌다. 전문서점이든 종합서점이든 공통적으로 주의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서적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길을 터야 한다. 단골거래 출판사를 잡고 그들과의 신용을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둘째 철저한 도난방지다.

<책 도둑 부쩍 늘어>
최근 서점에서 책을 보는체 하다 훔쳐가는 일이 부쩍 늘었다.
특히 겨울철에는 「코트」를 입은 채 책을 보는 손님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 가운데는 「코트」 안쪽에 큰 책도 넣을 수 있는 네 개의 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전문절도까지 생겼다. 큰 서점에서는 7% 가까이 도난을 당한다. 그래서 모서리마다 거울을 달거나 일당제 감시요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셋째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있어야만 전문서점을 낼 수 있다. 손님이 어느 책이 좋으냐고 물을 때 상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기술자·대학교수와 깊이있는 대화를 가질 수 있어야 그 분야의 전문서점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고 전문서점은 빠른 시일 안에 외국서적을 받아 올 수 있도록 외국거래선도 확보해야 된다.<우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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