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V영화보다 더 심한「가위질」|방화불황 더욱 부채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화계가 불황이라고 영화인들의 걱정이 태산같다. 1년 중 가장 큰 자득으로 꼽는 신정전후에도 극장엔 손님이 들지 않아 참패를 당해 영화계의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특히 올해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굵직굵직한 외화가 많이 개봉되었는데도 예년의 절반정도로 관객이 줄어들었다.
국산영화가 이토록 불황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영화인들은 영화정책·TV의「컬러」방영·검열·진흥기금 무혜택 등이 국산 영화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먼저 검토돼야 할 것이 검열문제다. 그동안 검열제도에 논란이 많았고, 그래서 79년4월부터는 검열 업무를 공무원이 하던 것을 공연윤리 위원회에 위임됐는데, 아무리 민간기구에서 검열 맡아 한다 하더라도 현행 영화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검열의 책임은 문공부에 있기 때문에 책임문제에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현행 검열은 각본 검열과 사사검열의 2중 검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제도라는 것이 영화인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이에 반해 TV영화는 퍽 대조적이다. 영화검열의 기준으로 보아선 당연히 규제될 내용도 스스럼없이 방영되고 있다. 정진우 감독은 두번씩 치르는 영화 검열제도롤 폐지, 이원화되어 있는 공륜과 방송윤리 위의 영화검열을 통합해 검열의 기준을 일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사람의 아들」(이문열 원작)이 검열에서「미성년자 입장불가」로 판정이 났다. 대종상 작품상은 『남녀노소누구나 볼 수 있는 국민영화』라야 된다고 심사규정에 못박고 있는데 청소년이 못 본다는 것은 대종상 심사나 검열에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씨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제작자 협회안에 검열 기구를 두어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산영화는 이제 TV의「컬러」방영과의 대결이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됐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으로는 TV를 이길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것이 영화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협 회장 한갑진씨는『소재의 자유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무술 등 일련의 소재가 금기의 벽처럼 정책으로 묶여져 있는데 이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란「아이디어」의 경쟁인데, 아예 시작부터「아이디어」가 봉쇄 당하고 있는 실정에선 해외시장 개척이나 세계 영화제 입상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정씨는 영화사를 20개 사로 묵어두지 말고 PD「시스팀」을 허용, 제작의 자유경쟁도 방화 활성화의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반대로 영화사를 3∼4개로 통합, 대형화시켜 TV와 대결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인들은 영화제작에 제작비의 적인 낭비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외화의 경우 무조건 편당 4천만원의 진흥기금을 내야하며 이밖에 관세 등 수입가 외에도 1억여원의 경비가 나간다.
대종상의 경우도 작품상은 외화「쿼터」1편을 배정받는 대신에 1억4천만원을 진흥기금으로 내야한다. 또 영화는 지난 한햇 동안 57억여원의 문예진흥 기금을 영화관을 통해 거두어 들였다.
진흥공사에 기탁해놓 은 진흥기금 10억원은 고사하고 해마다 거둬들이는 막대한 문예진흥기금도 지금까지 국산 영화를 위해선 한푼도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김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