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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의 미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파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중에 우리는 가끔 좋은 이웃의 존재를 의식한다.
가족이 사회의 기본단위로 존재하지만 천륜관계로 형성되는 가족을 떠나면 이웃의 존재는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깝게 다가온다.
이웃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우리의 삶에 중요한 한 부분이다. 우리 역사 전통속에서 그 이웃들로 구성된 한덩이 「마을」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숨쉬어왔다. 그러니까 마을은몇몇 집들이 모여 있는 공간적집합체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있어 마을은 생활의 장이며 생산의 장일뿐더러 연면히 이어온 전래 인륜관계의총체로 즌재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있어서 「마을」의 존재는 유별난 의미가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고대어에 있어서 「마을」은 「촌의 집회소」를 뜻하였으며 이것이 차차 그것을 중심한 집단의 뜻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은 마치「두레」가 지역공동체의 칭호이자 인위적공동체룰 뜻했던 것처럼 복합적인 성격이 두드러졌다. 우리의 「마을」은 협동과 상부상조와 희흥의「심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의미에서 우리의「마을」은 우리 특유한 원시적이고 기본적인 생활의 형태로 길이 지속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점에서 새해들어 본지가 기획연재중인 『우리마을 최고야』 는 그런 「마을」의 현황을 진단하는 의미에서 시사하는바 적지 않다.
이제 몇 회 밖에 연재되지 않았지만 여기에 소개된 마을들의 특성은 매우 두드러진 바 있으며 나타난 문제가 우리사회의 시대적 갈등과 진통의 의미룰 실감케하는 대목도 있다.
한마을 64가구가 동성동본으로 4백년을 이어온 홍성의 운곡마을은 전래의 미풍양속을 지키며 현대화의 물결속에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엄한 생활법도롤 강조한 나머지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마찰과 갈등, 경제적 낙후를 면치 못한다.
그런가 하면 3백년 긴긴세월 가난으로 지새던 해남의 징의도는 김양식으로 전국 최고 소득마을이 되었으나, 이젠 그 잘살게된 것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어려울때 한마음으로 뭉치던 주민들이 형편이 피자 이젠 제가끔 벼락부자 행세로 갈등을 겪는다.
이 대조적인 두 마을이 겪고 있는 고민이 결국 산업화와 도시화시대에 우리사회가 당면한 근본문제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도 문제를 극복하고 타개해 나가는 우리의 전통적 지혜를 의식하며 희망을 갖게 된다.
우리가 근래 경제적 발전을 기하기 의해 근면과 자조와 협동을 강조하였던 것이 결국 원시이래 우리마을과 두레의 상부상조하고 근검절약하던 미풍의 전승이었다고 보면, 오늘날 안정된 경제생활의 기반위에서 새로 그 미풍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함에 있어 성공을 거두는데 무리가 없으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수유룰 가꾸는 구례 원촌마을이나 꽂사슴을 기르는 화천의 원천산골이 지방의 특성을 살려 경제적부를 이룩하면서도 아름다운 전원의 정취룰 살려간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값진 것이다.
또 5백년 이어온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이 지키려는 월성 양동마을 사람들의 줄기찬 노력에서도 우리민족 진노의 전범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마을」은 오늘에도 보존되고 지속되는 맥락속에 있음을 본다. 비록 산수유를 깨던 산골처녀들이 도시로 떠나가고, 근엄한 법도를 지키기 어려워 새시대의 시골청년들이 마을을 떠나가도「마을」은 끈질기게 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할 것이다.
오늘의 도시사람들도 결국 마을의 원형을 그리는 향수속에 산다. 각박하고 스산한 도시생활에 지치고 외로움에 짓눌릴 때 우리는 따뜻이 감싸주고 맞아 줄 고향의 존재를 그리워하며 살게 마련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전내의 미풍을 간직해온 「우리마을」을 되살리는 노력으로 오늘의 삶을 지혜롭고 윤택하게 가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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