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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얼음물을 받아라" 마크 저커버그도… '날벼락'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빌, 얼음물을 받아라”, “저커버그가 내게 도전해왔다. …난 항상 도전을 받아들이지.”

‘얼음물에 빠진 생쥐’ 신세가 된 마크 저커버그(30)의 도전을 빌 게이츠(59)가 결연히 받아들였다. 그 역시 얼음물을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뒤집어 썼다.

장난 같지만 희귀병 환자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이다. 미국의 루게릭병(ALS·근위축성 측삭경화증)협회가 치료법을 개발하고 환자들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며 이를 알리는 방법으로 ‘얼음물 뒤집어쓰기(Ice Bucket Challenge)’를 고안했고, 이는 미국 각계 유명인사들 사이에 릴레이 식으로 퍼지고 있다.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린 뒤,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식이다. 24시간 내에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ALS 재단에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얼음물 세례도 받고 기부도 하는 유명인들도 많다.

저커버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얼음물을 시원하게 뒤집어 쓰는 동영상 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영상에서 저커버그는 얼음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힘껏 들어올려 머리 위에서 들이부었다. 그리고는 “으아 진짜 차갑다”고 말하며 동영상을 마쳤다.

그는 얼음물 샤워를 하기 전 “내 다음 지명자는 빌 게이츠, 셰릴 샌드버그, 리드 해스팅스입니다”라고 말했다.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이며 리드 해스팅스는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다.

빌 게이츠는 저커버그의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얼음물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는 동영상 을 올렸다.

그는 한 술 더 떴다. 저커버그의 얼음물 세례 동영상을 보고는 눈썹을 찡긋 하며 말했다. “좋아. 도전을 받아들이지. 기부도 하겠어. 하지만 나는 더 잘 할 수 있다구.” 그는 연필과 자를 들고 설계도를 그리더니 곧이어 보안경을 쓰고 직접 용접기를 들고 무언가를 만들었다.

잠시 후 완성된 것은 줄을 잡아당겨 머리 위의 양동이에서 물이 쏟아지게 설계된 장치. 게이츠는 이 장치를 이용해 얼음물 벼락을 받았다.

저커버그는 게이츠의 페이스북에 방문해 직접 댓글을 달았다. “확실히 이게 더 좋은 설계로군요. 잘했어요(That's definitely a better design. Well done).”

한편 빌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도 이날 동참했다. 셰릴 샌드버그로부터 넘겨받은 도전이다. 멜린다는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에서 “내 50번째 생일날에 얼음물을 뒤집어 쓸 계획은 없었는데…”라고 말하며 얼음물을 머리 위에 끼얹었다. 실제로 이날은 멜린다의 생일이다.

ALS협회의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지난달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조는 보스턴 칼리지 야구선수 출신인 피터 프레츠(29)다. 그는 2년 전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고, 퇴치 캠페인을 위해 친구와 함께 이 기부 방법을 고안해 냈다. ALS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760만 달러(77억6500만원)의 기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살림의 여왕’ 마샤 스튜어트,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앵커 래리 킹 등이 이미 동참했고 배우 기네스 팰트로와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지명을 받은 상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명을 받았으나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루게릭병은 대뇌 피질과 뇌줄기 및 척수의 운동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퇴행성 신경계 희귀 질환이다. 서서히 팔다리가 약해져 움직일 수 없게 되며 병이 진행돼 호흡근이 마비되면 사망에 이른다.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1930년 미국 뉴욕 양키스의 야구 선수 루 게릭이 이 병으로 사망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리게 됐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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