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희곡집 『장산곶매』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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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설가 황석영씨가 첫 창작 희곡집 『장산곶매』를 내놓았다.
마당극 『항파두리놀이』 『땅풀이』 등을 포함, 『산국』·『돼지꿈』 등을 엮어 도서 출판 심설당에서 출판된 이 희곡집은 황씨가 그의 문학 세계를 희곡으로까지 넓힌 것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소설가로 희곡을 쓴 사람은 최인훈 최인호 조해일 송영 조선작씨 등이 있으나 이들 중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둥둥낙랑둥』을 쓴 최인훈씨가 본격적인 희곡 작가로 등장했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간혹 희곡을 쓰는 정도였다.
황씨의 이번 희곡집 중 『돼지꿈』은 그의 첫 창작집 『객지』에 수록된 초기의 단편을 각색한 것으로 대도시 주변에 몰려든 이농민들의 무허가 「바라크」촌을 무대로 날품팔이들의 생활 모습을 담았고 『장산곶매』는 장편 소설 『장길산』의 「프롤로그」로 삽입되었던 황해도 장산곶의 민담을 극화한 것으로 황씨 최초의 마당극이다.
다섯 마당으로 된 『땅풀이』는 황씨가 제주도로 이주하여 제주도의 민속 문화 연구 단체와 공동 창작한 작품으로 전통 문화에 대한 외래 사조의 침식을 비관한 풍자극.
『산국』 (전 3장)은 구한말 항일의병을, 『항파두리놀이』 (여섯마당 일곱 거리)는 삼별초의 대몽 항쟁을 소재로 했다.
희곡을 쓰게된 동기에 대해 황씨는 소설이 가지는 언어의 관념성에서 벗어나 현장감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 근「르포르타지」 소설인 『어둠의 자식들』을 쓰면서 현실 속에 뛰어들었으나 그 작업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개인적 체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닌가하는 의문과 의의를 가져 이를 극복하는 수단을 희곡에서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땅풀이』『항파두리놀이』는 탐라 민속 연구회 「수눌음」 회원들과 함께 공동 창작 형태를 시험해본 것으로 개인적 체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땅풀이』『장산곶매』 등의 작품이 마당극인 것은 예술과 민중의 괴리를 극복하려는 황씨의 의도가 나타난 것이다.
『연극이 어째서 늘 극장에서 또는 상자갑 같은 공간에서 벌어져야하는가』하는 의문을 품어왔다는 황씨는 「재만 덮인 화로 속의 중심부에 남아 있는 불씨처럼」 민중은 진정한 마음과 뜨거운 혼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라고 보고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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