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차원 넘어선 "공산폭력혁명"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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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 파쇼 학우투쟁선언」이란 제 하의 이른바 「서울대 불온유인물사건」은 학생운동이 반정부차원을 넘어 공산폭력혁명을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11일 서울대에 뿌려진 8절지 양면에 약4천자의 이 유인물은 그 내용 전개나 용어들이 동양방송이 대남 적화를 위해 떠들어대고 있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공산폭력혁명을 내용으로 한 이같은 유인물이 5·17이후 서울대에서만 두 번 있었고 전국 각 대학에 간헐적으로 살포되어 온 선동「비라」와 맥을 같이 하고 연계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서울대교수 간담회가 『학생운동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좌경 화한 것』으로 우려한 이번 유인물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를 유물사관 적 변증법에 의한 계급투쟁 적 폭력혁명으로 파멸시키자는 것을 큰 줄거리로 하고 있다.
유인물은 우선 변증법에 의해「적」과 「동지」를 명확히 하고 양자의 모순대립을 격화시켜 계급혁명을 이룩해야 한다는「레닌」식의 폭력혁명논리를 그대로 전개하고 있다. 이 유인물은「명백한 적」을 매판독점자본·매판관료집단·매판군부로 대표되는 매판지배세력으로 규정하고「동지」는 노동자·농민 등 근로대중과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지식인들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제부터의 투쟁은 광범한 민중연합이『적을 어떻게 섬멸하느냐의 반「파쇼」투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투쟁의 주체는 근로대중이어야 하나 현 단계로서는 이들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만큼 그 추진력은 학생운동에서 나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 유인물은 또 근로대중과 연계된 투쟁을 위한 학생운동의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 그들과 더불어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실천력·전투력을 강화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즉▲사회 경제적 모순구조를 분석·검증하고 ▲간단없는 투쟁의 전개를 위해 학생대중은 항상 투쟁의 자세를 가다듬고 상황의 전개에 임해야 한다. ▲시위만능의 투쟁 관을 버리고 적에 대한 응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전술적 요소의 전체적 고려 하에서 만 시위는 사용한다. ▲적에 대한 응전력 확보를 위한 전술적 요소를 집중 개발해야 하며 ▲반「파쇼」민중연합의 성숙을 위해 학생세력을 민중운동으로 체계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 정부를 규탄·매도하기보다는 자본주의체제 및 자유민주주의 체제자체를 타도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이번 유인물의 특징이다.
이같은 논리에 따라 유인물은 현 정부를 『민중의 혁명적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등장한 반동정권』이라고 지적하면서 『반동정권은 향상 스스로 모순대립을 내포하고 있고 이 모순대립이 우리 투쟁에 활용될 잇 점』이라고 서슴없이 단정하고 있다.
게다가 『적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숨통을 죄어 가는 가를 투쟁의 당면과제』라고 못박아 정권차원이 아닌 체제전체를 근본적 타도의 대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투쟁」·「파쇼」·「반동정권」·「혁명적 열기와 반동적 폭압」·「수탈체제」등 평양방송에서 떠들어대는 용어들이 망라되고 있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북괴노선과 일치하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이 더 이상 우방일수 없다고 지적하고 외세와 국내매판지배세력을 이 땅에서 축출하여 분단조건을 분쇄하는 민중투쟁의 승리가 통일의 길이라고 주장, 북괴의 통일노선에 완전 동조하고 있다.
이번 유인물은 일부의 불온학생이나 외부세력에 의해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5·17이후 산발적으로 나타난 대학가의 움직임과 관련, 폭력혁명을 선동하는 내용의 유인물이 학생들에 의해 살포됐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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