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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수출…「포스트 중동」대비할 때|해외건설시장 다변화를 위해 박영철<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경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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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해외건설진출이 시작된 65년부터 금년상반기까지의 수주누계 액 2백51억「달러」가운데 약93%가 중동시장 분이며 건설관계인력진출도 95%이상이 중동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총 해외건설 수주액 중 중동시장의 비중이 일본은 39%,「프랑스」는 28%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좋은 비교가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사우디아라비아」1개국으로부터의 수주액이 전체의 70% 이상을 점한다는 현실은 시장편중의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중동일변도는 이 지역의 유동적인 정치정세나 80년대 중 점차 줄어들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라 하겠다. 건설수출의 다변화가 시급한 것이다.
미국의「모건·개런티·트러스트」는 중동의 건설시장이 80년 도의 4백억∼5백억「달러」를 「피크」로 수년간은 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이유로 ①「인프라-스트럭처」공사의 거의 완료 ②석유화학·중화학부문에 대한 투자의 선별 화 ③중동제국의 건설공사 관리능력 및 흡수능력의 한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중동건설시장의 축소와 아울러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에 비교우위가 있는 노동집약적 토목공사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리라는 점과 국별로도 우리의 미 수교국인「이라크」·「알제리」·「리비아」등의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반면 그동안 착실히 기반을 닦아 놓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등의 시장은 오히려 줄어들 거라는 점이다.
해외건설이 우리나라의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해외건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10%선에 달하며 고용유발효과도 전체고용자수의 2%선인 약 14만 명에 달한다.
또 외화수입은 79년에 14억「달러」로서 경상적자를「커버」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외건설수주는 우리나라 총 건설수주의 절반이 넘고 있다.
그러면 중동 이외의 시장사정은 어떠한가. 우리의 진출확대가 가능한 개발도상국시장, 즉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시장은 규모 면에서는 중동에 비해 크게 뒤지지는 않는다. 예컨대 77년에 동남아 주요 10개국의 건설부문투자는 약3백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크다 하여 우리업체가 바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출여건은 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중동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가 풍부한「오일·달러」를 재원으로 공사를 발주하는 반면 동남아제국은 대개 돈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 나라들은 세 은을 비롯한 외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자금에 의한 공사만이 일반적으로 국제입찰을 통해 발주된다. 또 자국의 건설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제입찰에서도 자국업체 또는 합작업체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또 동남아는 대부분 사람이 남아돌아 외국인의 취업을 제한하므로 외국인업체는 숙련노동력의 부족, 현지인의 비능률적인 작업 등 시공과정에서 많은 애로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같이 다른 건설시장은 중동시방에 비해 우리의 진출을 제약하는 여러 가지 현실적 난점들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여건상의 차이는 중동편중을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난점은 그동안 상당히 「노하우」를 축적한 우리업계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최근2년간 동남아시장에서의 수주실적이 급 신장한 사실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석유사태를 계기로 한 중동의 폭발적인 건설「붐」에 힘입어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한 우리의 해외건설수출은 이제 「포스트 중동」을 대비하여 양적인 확대와 아울러 질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진출기반을 확립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기술의 개발축적, 경영관리수준의 국제화, 시장조사기능의 강화, 전문화의 추진, 종합「컨설턴트」의 육성 등 우리 건설업체의 경쟁력제고가 당연히 요청된다. 특히 「컨설턴트」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입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프로젝트」발굴·조사·설계·자금알선을 일관성 있게 담당할 수 있는 종합「컨설턴트」회사의 육성이 시급하며 정부간 차원에서 개도국에 대해「컨설턴트」용역을 기술원조의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진출확대를 위해서는 이밖에도 기업의 입장에서 선진국 또는 현지업체와의 합작진출을 도모한다든지, 정부의 차원에서 개도 권에 대한 경협 강화, 재정·금융 적 또는 외교적 지원의 강화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이 모색될 수 있겠지만 지역별로도 현지실정을 감안한 진출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동의 경우 미 수교국시장에의 진출확대를 통한 역내시장의 다변화와 함께「이란」-「이라크」전의 종전 후에 전개될 거대한 복구공사에의 참여 등에 보다 큰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동남아에 관해서는 앞으로 활발히 전개될 우리의 자원개발수입에 따른 수주태세의 정비, 중남미에 관해서는 IDB가입을 통한 IDB재원에 의한 공사참여 등을 특징적인 사항으로 검토할 수 있고「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아직도 영향력이 큰 구 종주국과의 협력을 통한 진출이 더욱 활발하게 추진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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