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전 장기화로|유럽 무기 상 흥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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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이근량 특파원】「이란」-「이라크」전쟁이 장기소모전으로 돼 가면서「유럽」의 무기상인들이 뜻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 화란·「덴마크」·서독 등 「유럽」의 각지에서 그동안 처치 곤란했던 낡은 무기를 대량 처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키·마우스」전쟁이라고 조롱기 섞인 평을 듣는 이 전쟁에서 한목 톡톡히 보는 사람들은 특히 화란의 무기 상들이다. 소총이나 기관총에서부터 전폭기부속품과 대포 투하용 낙하산, 심지어 미제「탱크」인 M-48까지 진열해 놓은 상인들 앞에「이란」과「이라크」인들이「달러」를 현금으로 쥐고 줄지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군사물자부족으로 허덕이는「이란」과 「이라크」의 입장으로선 무기의 질을 따지지 않는 마구잡이 식「쇼핑」을 하기 때문에 상인들의 환영을 받는다.
그동안 원 매 자가 없어 파기품목으로 분류해 놓은 구식 미제「지프」가 대 당 5천5백「마르크」(한화 약 1백92만5천 원)에 홋 가 되며 불과 몇 주전에 서독연방군이 폐차 처분한「트럭」까지 인기품목으로 등장할 정도다.
이들의 「쇼핑」은 품목도 다양하지만 주문물량도 엄청나 칙사대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를 들어 최근「이라크」가 화란무기 상을 통해 매입한 수용장비를 보면 서독 산「마기루스·트럭」6백대를 비롯해 2천여 대에 이르고 있어 무기 상까지 깜짝 놀랐다는 소식이다.
무기의 거래는 「나토」로부터의 금 륜 해제여부가 모호한 품목이 많은데다가 특히 고객들이 비밀유지를 요구하고 있어 항상 「베일」에 가려 있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어느 나라가 얼마나 많은 무기를 사들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이란」과「이라크」가 사들인 무기들이 섬유나 식료품으로 위장, 화란의「스키폴트」공항이나「덴마크」의「카스트럽」공항을 빠져나간다는 것만이 공공연한 비밀로 나타났을 뿐이다.
소문이기는 하지만「유럽」에서 사들인 무기의 수송은「이란」쪽이「이라크」보다 유리한 편이다.
「이란」은「유럽」각지로부터「파리」의「오를리」공항이나「키프로스」의「라르나카」공항까지 공수하면 현지에 실어 나르는데 반해「이라크」는 화란과「벨기에」의 선박 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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