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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초컬 릿 산업스파이」소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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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원상 특파원】「스위스」에서는 한「초컬릿」제조회사의 제과비법을 훔쳐 소련에 팔아 넘기려던「초컬릿·스파이」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스위스」는 연간 6만t의「초컬릿」을 생산, 1인당 소모량이 년 9·2kg으로 세계 1위이며 「시계왕국」이란 별명과 함께「초컬릿 왕국」이란 소리를 듣는 나라.
그러나 아무리「초컬릿」맛이 좋기로 소련이 이를 탐냈다는 사실은 어쩐지 흥미롭다.
「스위스」의「장·클로드·G」라는 청년은 얼마 전 자신이 3년간 견습공으로 일했던 이 나라 굴지의 「초컬릿」회사인「시샤르·토블레르」사의 제과비법을 몰래 촬영,「베른」주재소련대사관에 넘기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회사는 1826년「필립·시샤르」에 의해「뇌샤텔」에서 설립된 식품「그룹」으로「매종」「밀카」등「초컬릿」과자로 이름높다. 「장·클로드」는 애인과 공모, 점심시간을 틈타 이 회사의「뇌샤텔」공장에 잠입, 신규품목을 비롯한 40여 품목의「초컬릿」과자 제조방법이 담긴 비밀서류를 빼내 재빨리 복사했다.
그의 아버지가 이 공장에서 오랜 동안 일했고 자신도 견습공 생활을 했던 탓으로 공장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해냈다.
그는「베른」주재 소련·중공·동독·「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으로「스위스」「초컬릿」의 비밀을 사지 않겠느냐고 편지를 냈다. 중공에선「초컬릿」과자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소련의 경우도 극히 드물거나 질이 나쁘다는 사실을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종적으로 소련대사관에서 이를 사겠다는 연락이 왔다.
결국 범인은『「초컬릿」의 비밀』을 소련 측에 넘기기 직전 경찰에 덜미를 잡혀 산업 「스파이」로 기소됐으나 이 사건은 아직도 의문 투 성이다.
「초컬릿」이란「아프리카」산「카카오」를 삶아 찧은 다음 우유·설탕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어떤 상품이나 그 성분과 함량이 포장지에 세밀하게 표시돼 있어 제조방법이 큰 비밀일수가 없다.
설사 이 회사만의 특수비법이 있다고 쳐도 그것은 전통과 연륜에서 오는 무형의 기술로서 복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술은 훔칠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비밀도 아닌 비밀을 사주겠다고 제의한 소련의 의중이 무엇인지가 궁금한 일로 남는다.
보험회사직원으로 1월 전 7백「프랑」(25만5천 원)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는 범인은『돈을 만들기 위해』범행했다고 만 말하고 있다.
사건 후 범인의 변호사나 회사측은 일체 입을 다물고 있지만 대부분사람들은 정말로「초컬릿」제조비밀이 별것 아니라면 소련은 이를 기화로 범인을 고정「스파이」로 포섭하려 했던 게 아닌 가고 믿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스위스」정보기관이 다루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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