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항공 '시계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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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항공사인 미국의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이 9.11 테러 후 이어진 전쟁과 전염병 등 악재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라크 전쟁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인해 여객 수가 급격히 줄어 들고 있는 와중에서 최근 들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급기야 영업 중단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이 회사의 승무원 노조가 회사 측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임금삭감안에 동의함으로써 일단 파산보호신청은 면했지만 항공업계 관계자와 월가 분석가들은 이런 노력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결국 파산신청으로 갈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임금삭감안의 골자는 약 2만명에 달하는 승무원들이 임금 3억4천만달러를 포함해 연간 18억달러의 임금을 깎는다는 것이다. 승무원 노조는 재투표까지 벌이며 찬반을 물은 결과 1천여표 차이로 회사 측이 제시한 임금삭감안을 통과시켰다.

노조 측이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을 통과시킨 것은 이번에 또 다시 부결될 경우 사측이 바로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데다, 그럴 경우 회사 전체적으로 연간 5억달러의 임금이 더 깎인다는 회사 측의 압박에 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그러나 이것으로 회사의 위기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의 모회사인 AMR의 돈 카티 회장은 "현재의 재정상태와 날로 치열해지는 항공사 간의 경쟁을 감안할 때 우리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약 53억달러의 적자를 본 아메리칸 항공은 현재 심각한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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