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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자유노조」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련은 최근「폴란드」국경지대에 약 45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일단 유사시에는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는『최고의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영·미의 일부방송과 몇몇 외신 등 또 다른 보도에 의하더라도 소련군과 「바르샤바」동맹군이동지역에서 대대적인 시위연습을 행한다는 소식도 있어 무언가 심상찮은 정세가 조성되고 있는 듯한 기미를 던져 주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폴란드」국내에서는「카니아」당 제1서기가 『자유노조내의 반 사회주의 세력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해「폴란드」의 체제 파와 비판세력간의 조심스러운 타협 선은 자칫 허물어질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EC제국 등 서방측은 소련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EC수뇌들은 특히 특별성명을 발표해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체제선택의 자유』를 침범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앞으로「폴란드」내의 두 세력간의 대립과 타협의 기복이 대내외적으로 과연 어떤 결말을 빚어낼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하겠지만, 현재의「폴란드」정치정세가 세계의「데탕트」와 「유럽」의 안보, 그리고 동구 공산권의 이념적 풍향에 지대한 파문을 일으킬 것임엔 틀림없다. 「폴란드」근로자들의 움직임은 이른바『노동계급의 권력』임을 강변하고 자처하는 정권 하에서 바로 그 노동계급이 일으킨 반정부·반공산당 투쟁이란 점에서 소련파 동구각국은 물론 공산주의 세계 전체의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폴란드」자유노조 측의 주장은 한마디로 정치적 자유의 제도화와 경제의 자주관리확대, 관료주의 타파, 그리고 문화·사상표현의 자유라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이를테면 「체코」와 「헝가리」사태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동구의 문제 거리로 등장해 온 이른바『사회주의사회에 있어서의 자유화』란 요구와 똑같은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소련주둔군의 힘으로 권력을 탈취한 동구의 소「스탈린」주의 정권들은 전후 30여년동안 계속 정치적 억압과 경제운영상의 획일화·통제 화를 강제한 결과 동구각국에서는 격심한 생산력의 저하와 생필품의 부족 및 인간상황의 질적 고갈이 만성화되게 되었다.
이것은 소련의 공산주의적 정치·경제「시스템」과 그 동구에서의 강제적 실천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하는 것이며, 비단「폴란드」의 근로자들이 아니더라도 동구주민들과 지식인의 왕성한 대안제기는 거의 필연적인 추세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0년대나 60년대와는 달리「폴란드」등 동구의 권력자들은 이 자유화의 요구를 일거에 압살하지는 못하고 어느 정도 자주관리의 폭을 허용하기도 하고, 때로는「폴란드」에서처럼 자유노조의 독립성을 일부 용납하는 듯한 「제스처」를 구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차원에서의 일시적 양보에 불과할 뿐「자유화」의 요구가 공산당의 배타적인 독재자체를 건드린다고 간주할 때는 언제라도 다시 철권의 탄압으로「풀」선회하리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폴란드」의 당 제1서기「카니아」가 『우리는 결코 두개의 권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노조활동의 자율성 확대와 정치화 및 다원사회화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며 『반사회상의 요소의 침투운운』한 것은 탄압을 앞에 둔 전조로 보여진다.
소련군의 국경봉쇄는 바로 이와 같은 결렬위기와 그 시기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폴란드」자유노조의 『짧은 여름』은 이 기회에 다시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공산주의와 시민적 권리 또는 자율·다원화·생산성향상은 결국 원칙적으로는 물론 일시적으로도 양립하거나 화해될 수 없다는 교훈을 새삼 재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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