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승객 휴게소서 실종 2km 떨어진 곳에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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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속버스 승객이 휴게소에서 쉬는 사이 의문의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채 고속도로변에 버려져 있는 것을 고속순찰차가 발견, 병원에 옮겼으나 20여일째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지난달 12일 하오 7시30분쯤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에서 대구발 서울행 동양고속 버스를 타고 가던 승객 서곤수씨(54·서울 반포동 한신2차아파트 103동1115호)가 휴게소에서 쉬는 사이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와 다리 등에 부상을 입은 채 휴게소에서 2km나 떨어진 고속도로 상행선 도로변에 버려져 있는 것을 고속도로 순찰대 대전지구대소속 222순찰차가 발견, 병원에 옮겼다.
부상을 당한 서씨는 순찰차에 실려 옥천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다음날인 13일 새벽 대전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후 19일 다시 서울 적십자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서씨는 12일 아침 고향인 대구에 갔다가 이날 하오 5시30분 출발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금강휴게소에서 내려 쉬는 동안 행방불명됐다가 10여분 후 부상당한 채 발견됐었다.
서씨가 타고 온 경기6바2129호 동양고속 버스(운전사 최인기)는 휴식시간 10분이 지나 출발시간이 돼도 서씨가 돌아오지 않자 안내방송을 하며 10여분 동안 기다리다 그대로 떠나버렸다는 것.
적십자병원 담당 의사인 강영석씨는 서씨의 오른쪽 다리뼈가 군데군데 망가지고 머리에 뇌좌상을 입어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처 부위로 보아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들은 『서씨가 휴게소에서 2km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사고를 당했을 리 없다』면서 『서씨를 친 사람이 싣고 와 이곳에 버리고 간 것』이라고 주장,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줄 것을 당국에 진정했다.
한편 서씨를 발견한 순찰대는 단순한 실족이나 무단횡단사고로 처리, 관할 옥천경찰서에 접수조차 하고 있지 않다가 지난달 17일 뒤늦게 소식을 듣고 온 가족들의 항의로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서씨는 대구직물업계에서 이름난 업자로 72년부터 2년 동안 대한직물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60년대에는 대구 북구에서 공화당후보로 2차례나 국회의원에 입후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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