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소월 한강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불광동·수유리·연신내 등 강북 쪽에서만 살아서인지 아니면 친정 어머니를 닮아 길눈이 어두워서인지 강남 쪽에 살고있는 친구집을 찾아 나서려면 한참을 헤매야 한다.
우선 제1한강교를 건너야할지, 제2한강교를 건너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보다는 어느게 제1인지 제2인지를 확실히 모르니 그저「택시」에 실려 기사 아저씨가 데려다 주는 대로 얌전히(?) 가다보면 지난번에 1천원이었던 요금이 다음 번엔 2천원으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강변도로를「드라이브」하는 결과도 생겨 여간 속상하는게 아니다.
하기야 돈의 여유·마음의 여유가 있다면야 별 상관없겠지만 요즘처럼 살기 힘들고 한푼 가지고 발발 떨어야 겨우 체면을 유지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교통비가 절약되는 길을 알아서『3호「터널」로 가세요!』『제2한강교를 건너세요!』하고 자신 있게 얘기해야 할텐데.
지난번에는『서울 운동장이요!』했더니 잠실에 있는 남서울 운동장에 내려놓아 옥신각신 한 적도 있다. 우선은 숫자나 방향에 어두운 내 탓이겠지만 내 생각엔 붙여진 이름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또는 어느 곳에서 이름을 붙이는지 모르지만 좀 확실히 구별되고 기억되는 이름을 붙었으면 좋겠다.
으레 생긴 순서대로 제1, 제2, 제3 아니면 세워진 동네 이름을 따서 잠실대교 불광대교·성산대교 또는 남쪽에 있다고 남서울 운동장 할게 아니라 충무로 퇴계로·원효로처럼 역사적 인물의 호를 따거나 이름을 붙이는 쪽이 살기도 쉽고 훨씬 뜻이 있을 것 같다.
국제적인 규모의 종합 운동장을 세워놓고「남서울 운동장」또는「서울 종합 운동장」하는 것보다 체육계의 공이 큰 분의 이름, 예를 들어 손기정 운동장 한다면 나처럼 어릿어릿한 사람도 아무 착오 없이 찾을 수 있을거고 또 역사적 인물에 대한 대접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시민회관 하는 것보다 세종 문화 회관 하는 쪽이 훨씬 멋있지 않은가?
앞으로 교통량이 늘어나다 보면 자연히 제4, 제5, 제6의 한강교도 생길 거고 지하「터널」 도 더 많이 뚫릴텐데 김소월 한강교, 한용운 한강교, 이중섭 한강교 해도 좋을 거고, 김포에 있다고 김포 항이라고 부를게 아니라「파리」「드골」공항, 「뉴욕」의 「케네디」공항처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아니 그 중에서도 장기집권 안 하고 깊이 존경받는 이의 이름을 붙인다거나 불행하게도 적당한 분이 없으면 안중근 공항, 유관순 공항 해도 좋지 않을까.『제1호 「터널」, 『제2』 『제3』보다는 성삼문「터널」 박팽년「터널」얼마나 외기 쉽고 의의가 있는가.
곳곳에 동상을 세워서 그분들을 존경하고 기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우리들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나는 길·다리·「터널」에 그분들의 이름을 붙여 부르고, 기억하고, 기념하는게 훨씬 큰 뜻이 있을 것 같다.
제발 1, 2, 3, 4, 5, 6같은 숫자일랑 붙이지 말았으면…. <김금지(연극배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