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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화원서 대중「그래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로 다른 민족과 국가가 상대를 이해하는데 가장 보탬이 되는 것이 바로「유머」. 독일문화원에서는 15∼19세기의 독일언어권국가의 대중 「그래픽」전을 마련, 풍자를 통한 독일민족의 「유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24일∼12월2일).
주로 동판 및 석판화로 된 이 작품들은 모두「귄터·뵈머」의 소장품으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것이 근래의 대중「그래픽」 「붐」을 타고 다시 햇빛을 보게됐다.
19세기작품에 중점을 두고 마련된 이번 전시회 출품작 중에는 예술성이 미흡, 저속하게 보이는 것도 있으나 비평과 비난 등이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익살과 「유머」로 표현돼『그림으로 쓴「저널리즘」』을 느끼게 한다.
농부가 쟁기를 끌고 말이 마부의 흉내를 내며, 거지가 부자에게 적선을 하는가하면 하녀가 연주하는 동안 주부가 걸레질을 하고 돼지가 도살자를 도살장으로 끌고 간다. 작품 『거꾸로 된 세상』은 이처럼 매일의 상황을 엉뚱하게 바꿔놓음으로써 영원한 소유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의 전체적인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호기심만으로 생활을 영위해가는 『요지경장수의 일터』도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바보취급을 당하는 당시의 세태를 꼬집어주고 있다.
남편을 때려 누인 뒤 주머니에서 돈을 우려내는 등의 『못된 마누라』「시리즈」라든가, 낭만주의 숭배자들이 불러일으킨 초상화유행을 반박하는 『이야기하러 모이다』 등은 웃음을 머금게하는 작품들.
재단사와 이·벼룩·쥐 등이 등장하는 『수천의 두려움에 싸인 재단사』는「프란츠·카프카」의 명작『변신』을 예고한 듯한 느낌을 주며 「나폴레옹」점령 당시 독일이「프랑스」화 해가는 것을 날카롭게 풍자한 『황금시절』 등은 시사성을 반영한 좋은 작품들이다.
원본이 희소하고 햇빛 등으로 파손될 우려가 있어 사진전시로 대체된 것이 아쉽기는 하나 굴절된 시각으로 투영된 담시 독일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는데 이 전시의 뜻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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