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계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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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의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이 아니라 사실은 11계절이다. 어느 교수가 한반도의 기력 배치도를 10년간 분석한 결과다.
계절은 피로로 먼저 느낀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붐도 늦봄을 따로 모춘이라 했고, 여름은 또 초여름과 한 여름을 나눠서 각기 맹하와 계하라 했다.
가을도 음력7월을 맹추라 했는가 하면 9월은 만추라 했다. 겨울도 첫 겨울을 따로 초동이라했다.
영국 사람들도 계절을 잘게 나누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가을도 HARVEST(수경)와 FALL(낙엽)의 둘로 나누고 있다.
일본의 어느 학자도 꽤 오래전부터 일본의 계절을 11개로 나누고 있다. 그는 여름과 가을, 그리고 봄은 각기 셋으로 나누고 겨울만은 그대로 하나로 묶었다. 그 대신 봄과 여름 사이에 장마철을 따로 넣었다.
한편 음력「캘린더」에서는 1년을 거의 절기로 나누었다. 그래서 겨울도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 등으로 나뉘어 진다.
이것으로도 모자란다 하여 한 절기를 초후·이후·삼후 셋으로 나뉘었다. 그래서 1년은 72후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중국 본토의 기후나 생물의 계절 현상이 중심이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후에 꼭 들어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가령 입동은 이미 지난 7일에 지났다. 그리고 내일(22일)이면 소설이다. 한편 부산대 교수의 계절구분에 따르면 겨울은 27일부터나 시작된다.
여기 따르면 아직은 초겨울도 아닌데 벌써 영하의 추위를 여러날 겪었다. 첫 눈도 본지 여러날 된다.
뭔가 크게 비뚤어져 있는 것이다. 우선 겨울에는 으레 3한4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추운 겨울도 견딜만 했다.
그게 없어진지 이미 여러 해가 된다.
「늪새」란 것도 있었다. 그것은 음력 7, 8월 벼가 한참 익어갈 무렵에 특히 중부지방에 나타나는 가을을 연상시키는 바람이다.
그것도 이제는 없다. 3한4온이나 높새나 모두 고기압의 장난이었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의 기압 배치도만으로 나눈 계절구분이 10년 후에도 들어맞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뭣하나 이제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지난 여름은 꼭 봄 날씨처럼 냉랭했다. 그래서 곡식도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정상 기온이 우리네에게서 계절을 앗아가며 있는 것이다.
옛날은 여기 비기면 감도 살기 편했다. 모든게 단순했다. 뭣보다도 계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렇지가 못하다. 여름다운 여름도, 가을다운 가을도 없이 겨울을 우리는 맞고있다.
그래도 올 겨울만이라도 겨울답지 않기를 누구나 바란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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