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 정치」다시 고개 들어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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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정치에「금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다나까」(전중)의 독직사건 이후 76년 「정치 자금 규정법」까지 제정되면서 일본의「금권 정치」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나마 주춤하는가 싶었으나 근래들어 다시「검은 돈의 난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 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오랜만에「6당4낙」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단위는 억「엔」. 6억을 쓰면 당선, 4억이면 떨어진다는 얘기다.
얼마 전 공표된 일 자치성의 79년도 정치자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햇동안 각 정당·정치자금단체·파벌 등이 거둬들이거나 자체조달한 정치자금은 모두 9백66억4천6백만「엔」, 진출은 이보다 많은9백67억4천7백만「엔」이었다. 한화로 따지면 무려 2천5백억원.
이것은 78년의 7백81억2천만「엔」보다 23·8%나 늘어난 사상 최고의 정치자금 총액이다. 금권 정치에 익숙해져 버린 일본 국민들도 놀라 비난을 퍼부었을 정도다.
자금 출처는 기업·경제단체·개인의 헌금이 55·2%로 대종을 이루고 있다.
정당별 수입액은 공산당이 가장 많아 l백69억2천7백만「엔」, 자민당 1백43억9백만「엔」 , 공화당 76억1천만「엔」, 사회당 43억9천7백만「엔」, 민사당 17억3천8백만「엔」의 순이다.
물론 집권당인 자민당은 따로 국민정치회 등 자금「파이프」를 가지고 있고 당내 파벌은 그들대로 돈줄을 쥐고 있어 자금면에서도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자민당 수입은 전년보다 28·6%나 크게 늘어난데 비해 공산당(l·2%) 공명당 (6·3%) 사회당(8·1%)은 미미한 증가를 보인데 그쳤고 자민당 5대 파벌이 63·8%가 늘어난 자금을 거두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자치성의 이같은 통계도 일본 정치자금 실상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76년 제정된 정치자금 규정법은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정치 헌금 규모를 연1백50만「엔」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 정당·정치자금 단체는 1만「엔」을 넘는 기부금을 받았을 때, 그밖의 정치 단체는1백만「엔」을 넘는 기부금을 받았을 대 기부금을 낸 사람과 금액을 신고토록 의무 규정을 두고있다.
자치성의 보고서는 이 신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당·정치자금 단체의의 정치단체에 대한 l백만「엔」이하의 헌금 내용은 신고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예컨대 자민당내 각 파벌에 대한 자금 유입의 진상을 알기 어렵다.
또 돈을 받는 정치단체의 수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그 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자치성의 보고는 2천3백57개 정치단체의 신고를 기조로 한 것이다.
최근에는「파티」를 열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새로운 수법까지 등장하고 있어 기업·개인에 대한 헌금 규제가 의미를 잃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정치라는 이름아래 뒷거래되는 자금의 규모는 공식 발표를 훨씬 옷돈다고 봐야하며 그 진상은「베일」에 가려 좀처럼 알기 어렵다.
물론 일본사의에서는 정치헌금이『자유주의 경제를 지키기 위한 비용』(도산가막경단련회장)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다나까」금맥 사건에서 보여 주었듯이 금권 정치에 대한 저항도 적지가 않은 만큼 정치자금을 둘러싼 비판과 회오리가 또 한차례 불어닥칠 것은 틀림없다.【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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