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통령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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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3월 이전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는 5천명이 넘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이라는데 특징이 있다.
정부 수립 후 11회에 걸친 대통령 선거 중 직접 선거가 5번이고 간접 선거 6번을 이미 경험했다.
그러나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박사가 선출될 때의 국회 간선이나 72년 유신 이후 통일 주체 국민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무경쟁으로 뽑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선거 방식이 도입됐다.

<직선 5번 간선 6번>
새 헌법에 의한 대통령 선거가 종전 통대와 크게 다른 점은, 첫째 어떠한 정당도 후보를 낼 수 있는 길을 터놔 자유 경쟁이 보장되고, 둘째 선거인단이 미국에서처럼 대통령을 뽑은 후 자동 해산토록 해서 자유 투표를 가능하게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선거 제도는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으로 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즉 어떠한 대통령도 한차례만 재임토록 제한함으로써 장기 집권을 막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가능하차 만들었다.
그동안 8차의 개헌이 있었는데 대부분 집권자가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헌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쳤던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자는 결의가 새 헌법에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권한 대행을 빼고 지금까지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 대통령으로 이어졌으나 윤·최대통령이 1년 미만의 기간 재임한 것을 고려하면 이·박 대통령이 사실상 30여년을 몽땅 통한 셈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수차에 걸쳐 평화 정권 교체의 전통을 세우겠다고 다짐한 것은 새 헌법의 재선 금지 조항과 맥을 같이한다.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회견에서 대통령 선거를 내년 3월전에 끝낼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선거인단의 선거와 선거인만에 의한 대통령 선거가 내년 2, 3월중에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불과 4개월 앞으로 12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섰다.
12월초에 정치 활동이 재개되면 새로운 정당들이 곧바로 선을 보일 것이고 국가보위 입법 회의에서 선거법을 제정하는데 따라 대통령 선거 일정이 잡히겠으나 연말이나 내년초 각 정당이 창당 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공천하면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의 향방은 선거인단 구성이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 있다.
30세 이상으로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정원이든 아니든 선거인단이 될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정당원을 금지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이 선거인단에 많은 후보를 내세워 미국의 예비 선거처럼 몰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인단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면 각 정당은 추천 후보를 보다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당원도 출마 가능>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운영될 것 같다. 미국에선 대통령 후보가 전국유세를 통해 선거 운동을 한 후에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투표 결과로써 선거인단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선거인단 선거만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
선거인단의 투표구는 현재 전국의 1만2천1백73곳의 국회의원 투표구를 기준으로 2개 투표구 당 선거인단 1명씩을 선출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결국 유권자 4천명에 1명 비율로 하여 총 6천명의 선거인단이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모든 선거에서 과열을 막는다는 원칙에 따라 선거인단 선거에서도 선거 기간을 짧게 잡고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거도 단축, 대통령 선거를 통틀어 한달안에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과열 예방과 지역 감정 유발을 없앤다는 간접 선거의 취지를 살린다는 뜻에서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직접 선거 방식을 지양하고 선거 공보·TV연설 등을 통한 운동만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선거인단이 당초 지지한 대통령 후보를 반드시 찍어야 하는 관례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무소속 후보를 허용한 점등을 고려할 대 선거인단이 기속을 받도록 하기가 곤란할 것 같다.
전민하 교수 (중앙대)는 『간선의 의미가 수준 높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신중하고 이성적인 선거를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선거인단의 자유 의사에 맡겨야한다는 견해를 펐다. 법제처 관계자도 『선거 제도가 대통령 선거와 선거인단 선거라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인단이 유권자의 의사에 구속받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
새 헌법은 선거인단에 대한 외부 압력 등을 배제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 때까지 불체포 특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회유·설득·매수 등에 대해서는 선거인단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 10년 만에 복수 후보>
선거인단이 6천명에 이르고 있어 지역 분산 투표냐, 한 곳에 모여 투표하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통대 때처럼 한곳에 모아 투표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각 지역에서 투표할 때 다시 투표함을 한군데 모으거나, 적어도 투표록를 확인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 책정될 대통령 선거법이 헌법과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타난 평화적 정권 교체의 취지를 10분 살린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는 71년이래 만 10년만에 복수 후보가 나와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 기대된다. <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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