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은 치료 가능한 질환 … 근거 없는 민간요법 '독'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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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최영민 교수가 "난임은 의사와의 신뢰관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난임을 겪는 부부는 TV를 멀리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노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허전해서다. 지인의 임신 소식을 듣거나 아이 사진만 봐도 눈물을 쏟기도 한다.

난임 여성의 10명 중 9명은 우울증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35세 이후에는 2명 중 1명이 난임을 경험했을 만큼 난임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했다.

아시아·태평양생식학회가 정한 ‘난임 바로알기의 달’을 맞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최영민 (대한생식의학회 회장) 교수에게서 난임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었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난임 확률이 높아지나.

“산모가 만 35세 이상일 때를 고령 임산부로 정의한다.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호르몬 분비가 줄고, 난자의 질도 나빠진다. 자연히 난임을 겪을 확률이 높다. 40세 이상 100명 중 1명은 조기 폐경으로 인해 난자를 채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진 없다. 갈수록 결혼과 임신 연령이 높아지는데,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맞춰 젊을 때 계획임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임은 여성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난임 부부 5쌍 중 2쌍은 남성의 정자 이상이나 유전적 문제(무정자증)로 병원을 찾는다. 정자 수 감소나 형태 이상, 운동성 약화 등이 임신을 어렵게 만든다. 흡연과 음주, 불규칙한 생활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성 난임 환자의 연 평균 증가율은 여성보다 4배 이상 높다.”

-자가 진단법이 있다면.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난임이다. 산모가 35세 이상이라면 이 시기가 6개월로 준다. 원인도 다양하고, 특별한 신체적 이상도 없어 미리 알아내기 어렵다. 사전에 난소 기능 평가나 정자 활동 평가 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여성은 폐경호르몬(FSH) 이상이 없어도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있을 수 있으므로 AMH(난소호르몬) 검사받기를 권한다.”

-난임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있나.

“10명 중 1명은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히 생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나 환경호르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난임 환자 가운데 민간요법 등에 도움을 받아 임신했다는 사람도 있다.

“검사를 받은 뒤 정상으로 판명되면 그 길로 치료를 멈추고 무작정 임신을 기다리는 난임 부부가 많다. 물론 자연 임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임신 확률은 떨어진다. 임신에 좋다는 약초나 몸에 열을 내는 등 민간요법은 아직 의학적 근거가 없다. 불임 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들쭉날쭉 변한다. 난임을 겪는 시간이 길수록 치료 외에 다른 방법에 빠지는 경우도 그만큼 잦다. 난임은 장애가 아니다. 질환으로 보고 치료하면 임신이 가능하다. 담당 의사와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확실한 정보를 받아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난임 극복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난임 환자 10명 중 9명은 우울증을 겪는다는데,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시험관 아이의 평균 임신율은 25%로 정상 임신율(20%)보다 높다.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술(시험관 아이)에 실패하더라도 난임 부부나 가족이 스스로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주위 사람도 난임 문제를 직접 거론하거나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하고, 본인의 감정 상태를 표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난임 치료 방법과 정부 지원책을 소개한다면.

월평균 소득 150% 이하인 난임 가정에는 정부가 수술비를 지원한다. 체외수정술의 경우 1회부터 4회까지 180만원(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300만원) 범위 내에서, 인공수정은 1회부터 3회까지 최대 50만원까지다. 시술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여성의 나이가 44세 전이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난임 기관과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보통 인공수정 3회 후에 체외수정술을 쓴다. 과거에는 수정을 할 때 난자 하나에 다량의 정자를 넣는 확률적인 방법을 썼는데, 지금은 직접 수정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아졌다. 정자나 난자의 이상이 크면 공여를 받을 수도 있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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