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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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엔젠가 어느 미국 「텔레비전·프로」에서 번화가의 길가에다 사다리를 세워놓고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적이 있다.
통행인 10명중의 9명은 그 사다리를 피해 돌아갔다. 무심결에 그 밑에를 지난 한 부인은 일부러 되돌아 와서 옆으로 다시 돌아갔다.
같은 「프로」에서는 또 「호텔」「프런트·데스크」를 실험대로 하여 방을 찾는 손님에게 13호 층만 비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좋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미국에서는 사다리 밑을 지나면 재수 없다는 미신이 있다고 13이란 수자도 불길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4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빌딩」에도 13층은 없다.
미국인은 또 행운을 빌 때에는 『토끼다리』를 비벼댄다. 검정 고양이를 길가에서 보면 이를 피해 지나간다.
욕실에서 거울이 깨어져 있으면 또 질색을 한다. 출동 때 신발 끈이 끊어지면 이마를 찌푸린다. 물론 미신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기피한다. 그만큼 심약한 탓이라고 할까.
과학의 나라인 서독 사람들도 아직도 염소를 만나면 재수가 좋다고 믿고 있다. 그 서독에서 년전에 간질병에 걸린 한 여고생의 죽음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까닭인즉 이는 「사탄」(악마)에 사로잡힌 탓이라 하여 어느 신부가 악마를 몰아내는 비의를 베푼게 탈이었다.
그러나 신부는 분명 악마의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상사인 대주교도 악마풀이는 있을 수 있다며 그를 변호했다.
미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악마의 존재를 믿는다』는 사람이 64년에 37%가 있었다. 그게 73년에는 오히려 48%로 늘어났다. 영화<엑소시스트>의 흥행이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은 그런지 2년 후의 일이었다.
미국에서 이처럼 미신을 믿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현대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 「클라이드·넌」박사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동과학 연구소에서 조사한 바로는 미신을 믿는 주부가 40%가 된다. 만약에 남자까지를 조사대상으로 잡았다면 그 수자는 훨씬 줄어들 것 같다. 생각보다는 오히려 적은 편이다.
실제로는 우리네 생활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미신의 비중은 더 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일간 신문에도 오늘의 운세 난이 있고 주간지에는『금주의 운세』가 실린다. 이게 여간 인기가 있는게 아니다.
그렇다고 그걸 보는 사람이 그대로 다 믿는 것은 아니리라. 그저 좋은게 좋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미신을 전혀 일소하기가 어렵다면 차라리 이렇게 가볍게 웃어 넘겨 버리도록 하는게 차라리 좋을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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