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예금은 높은 금리 유지-김준성 한은 총재가 말하는 「저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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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이 저축이다. 저축이 그만큼 중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니까 되풀이 강조되는 것이다.
「저축의 날」을 맞아 김준성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 저축론을 들었다.
-흔히들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저축을 안 한다고 하는데 그이유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총재=그야 물론 만성적인 「인플레」가 주범이지요. 돈 가치가 떨어지면 금사고 땅 사려는 환물심리가 높아지게 마련이지요.
그 동안의 성장과정에서 생산보다 소비 「무드」가 선행되어 왔다는 것도 일본이나 대만과는 구조적인 차이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생겨나면서 저축여력은 종전보다 훨씬 커졌는데 오히려 저축률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어요.
나라전체로 보아 한참 저축을 해야할 때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소비풍조가 만연하지 않았습니까.
아뭏튼 만성적인 「인플레」아래서는 계획 세우는 일이 불가능해요. 계획을 못 세우는 환경에서는 진정한 저축확대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자 한두 푼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 저마다 차근차근 계획을 짜 나갈 수 있게 하는 일이 바로 저축 증대 운동의 근간이 되어야합니다.
-「포스터」나 표어로 아무리 떠들어댄다고 해서 저축이 느는게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저축을 주관하는 은행이 너무 기업쪽으로 만 쏠린다는 비판이 있는데.
김 총재=솔직이 시인합니다. 저축목표는 정해져있으니 목표달성을 위해 목돈인 기업자금을 저마다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저축성 예금을 하는 조건이어야 대출을 해줬고 이 같은 기업예금이 저축의 대종을 이뤘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돈을 하루라도 빨리 돌려야하는 기업이 정기예금의 형태로 은행에 묶어놓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은행 경영실태를 평가하는 기준에서 아예 저축실적을 빼버려 이 같은 강제 예금의 소지를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체로는 지금까지 은행대출이 대기업쪽으로 편중되다보니 대출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저축도 자연 기업쪽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가계예금은 등한시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은행이 가계예금 쪽에도 관심을 돌리게 하겠다는 뜻 인지요.
김 총재=앞으로 계속해 나갈 저축운동의 핵심이 바로 그 점입니다. 지난번 금리를 2%내릴 때도 2백만원 이내의 특별정기예금은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까. 금리정책을 저축 증진면에서만 따질 수는 없습니다만 향후 어떤 경우에도 서민 가계예금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실질금리를 보장할 생각입니다
시중은행들도 소액예금을 등한시하는 태도를 고쳐야 합니다. 국민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등 주로 서민과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특수은행들의 예금실태를 보세요. 예금이나 자금면에서 매우 안정되어 있고 오히려 딴 은행들에 빌려주고 있을 정도예요.
또 가계예금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예금별로 특성을 다양화할 작정입니다.
가령 소비자 금융과 관련시킨 저축이라든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복지주택부금과 같은 생애계획에 맞춘 장기저축방안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최근 금리를 내린 이후 저축이 줄지는 않는지요.
김 총재=여전히 늘고 있어요. 계속되는 불황으로 기업이나 가계가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저축심 앙양을 위해서는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저축의 최대적인 「인플레」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마는 최소한 부동산투기와 같은 투기적 요소만큼은 사회 정책적인 측면에서라도 강력히 억제해 나가야 합니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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