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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내의 한국인은 생업에 분주"-본사 장두성 특파원, 전화 속의 「태헤란」에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본사 장두성 특파원은 「이란」입국「비자」를 신청한지 24일만에 입국 허가를 받아 「터키」국경을 통과, 육로로 42시간의 위험한 여행을 강행해 지난 22일 공로가 차단된 「테헤란」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장 특파원의 「이란」입국은 「이란」-「이라크」전 발발 후 한국기자로는 처음이다. 「이란」입국「비자」는 「파리」나 「본」등지에서는 접수조차 하지 않아 「이란」인접국인 「터키」와 서울의 「이란」대사관에 지난달 25일 「비자」신청을 동시에 했었다. 다음은 장 특파원이 보낸 제1신이다.
「테헤란」의 한국 대사관 집계에 따르면 15일 현재 「이란」내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은 가족을 합쳐 9백66명이다.
이중 50%가 「테헤란」일대에 거주하고 있고 「카스피」해 연안에 10%, 중 남부에 5%, 「오만」해상에서 어로 작업중인 사람들이 35%이다.,
다행히도 주전장인 서남부 일대에는 한국인이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한국대사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비상 연락망과 철수계획을 세워놓았다. 교민들도 각자 비상식량과 비상휘발유를 일부 마련해놓고 있다. 비상 대피 때에 택할 수 있는 퇴로는 「테헤란」에서 「터키」국경을 넘는 길(9백㎞)과 「테헤란」에서 「파키스탄」국경을 넘는 길(1천6백㎞)등 2개가 있는데 두 방향 모두 정상상태 아래서 걸리는 여행 시간은 60∼70시간이다.
그러나 이 전쟁의 성격상 갑작스럽게 한국인들이 철수해야할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다행히도 적다는 것이 현지의 판단이다. 「이라크」군이 「테헤란」근교까지 육박해 올 가능성이 현재로는 전혀 없고 전폭기의 공격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공군기지와 정유시설에 한정돼왔기 때문이다. 「이라크」공군기의 주력인 「미그」기는 보조연료 「탱크」를 달고도 항속거리가 l천5백㎞정도인데 「이라크」국경선과 「테헤란」의 왕복거리가 1천4백㎞여서 「테헤란」을 대규모 집중 공습할 연료의 여유가 없다는 점등이 주 근거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전쟁 때문에 피해를 본 한국인은 9월22일 「테헤란」공항 첫 폭격때 경상을 입은 조부현씨(35)뿐이다.
조씨는 「테헤란」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기 정비사로 이날 F-5전폭기의 날개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하오 2시40분쯤 「미그」기 3대의 습격 중 「로키트」가 조씨가 수리 중이던 비행기의 동체 앞부분에 명중됐다. 이때 조씨는 충격으로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는데 담배갑 크기의 파편이 허벅다리를 스쳐지나가고 머리와 등뒤에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상이어서 응급치료 후 즉시 퇴원, 지금 정상적으로 일하고있다.
현재 공항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57명인데 매일 여러 차례 공습경보는 올리지만 두 차례 공습 후 최근에는 실제 공습이 없었다.
그밖의 한국인들은 전시상황에서 으례 느끼게 되는 심리적 불안감 외에 구체적인 신변의 위협은 받고 있지 않다.
그리고 한국인 정비사들에 대한 「이란」정부의 배려는 과거와 변함없이 호의적이다. 「이란」거주 한국인의 직업을 보면 원양어업 회사인 세일수산 3백60여명을 비롯, 대한종합건설(30여명), 삼성종합건설(3명), 동남 「엔지니어링」등 한국의 진출업체근로자가 4백30명이고 외국인업체 근로자·가족 2백5명, 현지 법인체 근로자·가족98명, 한국국영업체·상사 56명, 공관원 가족 46명, 요식업 등 21명, 기타 부동 인력 등이다.
이곳 「테헤란」시민들과 한국 교민들은 「이란」「이라크」전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도로에는 여느 때와 같이 교통이 복잡하여 소통이 잘 안되고 있으며 물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전쟁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전쟁 불안감 때문에 일어날 법한 매점매석도 없는 것 같다.
다만 불편한 점은 저녁6시부터 등화관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집안에 묶여있어야 하고「호텔」방에서는 소등된 방에서 촛불을 켜야하는 정도다.
전쟁 때문에 겪는 가장 겪는 가장 불편한 것은 휘발유 배급. 한 달에 30ℓ씩 배급되기 때문에 기름절약을 위해 상오 6시부터 하오2시까지는 자가용 승용차는 시내를 다닐 수 없다. 이 곳 한국인 교민회장 강재용씨(48·「테헤란」공항정비사)는 『생활에 부족한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전시 하에서의 불안감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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