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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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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무대 첫출전에서 최하위로 전락한 한국야구는 이듬해인 67년 제7회 동경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으나 모 일본에만 두번을 져 3승1무2패로 일본(6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이대회 선수는 투수 김영덕(주장)김설권 유백만 김청왕 최관수 김인남, 포수 정동진 임칠수, 투수 김응룡, 2루수 허종만 김휘만, 3루수 김동률 박정일 유격수 이건웅, 좌익수 박영길 정동건, 중견수 이재우(부산공고졸), 우익수 김태령 정찬성 등이었다.
한국은 이어 69년 제8회 대북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선 1승1무4패로 일본(5승1무)자유중국(2승2무2패) 「필리핀」(2승4패)에 뒤이어 최하위로 처지는 치옥을 맛봤다. 이대희 선수는 투수 유백만 윤동복 한광홍 김명성 김병자 임신근, 포수 정동진 최재봉, 1루수 김응룡, 2루수 한동화 강태정, 3루수 김동률 강병철, 유격수 박재영, 좌익수 박영길, 중견수 이재우 함응렬, 우익수 김태령 등이었다.
한국은 고교야구에서 각광을 받은 「루키」 임신근까지「마운드」에 가세했으나 매 「게임」고전 속에 연패를 거듭했다.
한국은 이같은 침체 속에 제9회「아시아」선수권대회를 71년9월 서울로 유치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제5회 대회에 이어 8년만에 다시「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이대회에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보자는 결의가 팽배했었다.
66년이래 5년만에 나는 감독으로 다시 지명되어「코치」김영덕, 투수 김호중 유백만 김명성 김인추 윤동면, 포수 정동진 우룡득, 1루수 김응룡, 2루수 한동화 강태정, 유격수 하일 김동률, 3루수 강병철, 좌익수 김자열, 중견수 석성녹 최주현, 우익수 박영길 하갑득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나는 68년 가을부터 당뇨증세에다 간장마저 나빠 몸이 불편했었다.그래서 농협감독으로 운동장에 나가있으면 소변이 자주 마려워 「이닝」마다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정도로 중증인 상태였다.
나는 처음엔 감독직을 극력 사양했고 의사도 운동장에 나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추위에서 계속 권유하므로 야구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오기가 발동, 운동장에서 쓰러지면 영광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으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음식은 집에서 가져다 먹는가 하면 나의 내자는 건강과 우승을 기원하여 절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는 등 마음의 짐이 더욱 무거워졌다.
경기에 들어가자 나의 몸은 극도로 악화, 「코치·복스」에 나가있는 동안에도 고통을 겪어야했다. 감독의 「컨디션」이 이지경이니 경기가 잘 풀릴 리가 없었다. 이 대회부터 호주가 처음 출전, 일본·자유중국·「필리핀」 등 5개국이 역시 두차례의「풀·리그」로 패권을 가리게 되었다. 한국은 1차 「리그」에서「필리핀」에 2-0,호주에 5-4로 힘겹게 이겼으나 자유중국과 0-0으로 비긴 뒤 일본에 3-2로 패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나는 자책감이 앞서면서 병이 도져 1차「리그」가 끝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려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나는 2차「리그」 동안 의사의 지시에 의해「라디오」는 물론 신문조차 보지 못했다.
그러다 대회가 끝나는 9월19일 저녁우승「컵」을 든 선수들이 병실로 몰려와 패권을 차지한 것을 알았다. 가슴이 꽉 메인데다 눈물만 쏟아져 그 순간의 감격은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한국은 2차「리그」부터 김영덕 「코치」의 지휘로 똘똘 뭉쳐 「필리핀」을 5-1, 자유중국을 9-1, 호주를 4-0, 일본을 8-3으로 각각 연파함으로써 6승1무1패로 8년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1차「리그」에서 4연승을 거둔 일본은 2차 「리그」에서 호주·자유중국·한국에 연패하는 등 부긴, 5승3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으며 「필리핀」(4승4패) 호주(2승1무5패) 자유중국 (1승2무5패) 등이 3, 4,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차 「리그」에서 속구의 김호중 대신 왼손잡이 윤동복이 역투, 수훈을 세웠는데 지난8월 일본에서 열린 제26회세계선수권대회 때 한국이 대일전에서 강속구의 최동원이 얻어맞다 왼손잡이 이선희가 변화구로 불을 끈 것과 그 때의 양상이 비슷해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대회를 끝으로 야구계에서 은퇴, 농협체육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년전 정년퇴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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