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아동 문학가 이오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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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오덕씨(55)는 시골 초등학교의 교장이다.
그래서 그가 쓰는 동요·동시·아동 관계 수필이나 평론은 더욱 생생하고 거짓이 없다. 이 교장은 36년 동안 초등 학교에만 근무했는데 그 대부분이 시골 벽지 학교였고 군 이상 학교로 나아가 본적이 없다.
그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경북 안동군 임동면 대성 초등학교도 안동에서 90여 리 떨어진 오지의 조그마한 초등학교다. 태백산맥의 한 준봉 일월산(l,219m)자락에 청량산(870m)이 있고 그 청량산 기슭에 숨은 듯이 파묻힌 학교다. 한때는 전기는 물론 편지도 배달되지 않는 곳이었다. 지금도 전화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씨는 이런 산 속에 숨어서 어린이들과 합께 생활했고 글을 썼다. 그는『탱자나무 울타리』란 동시집과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삶과 믿음의 교실』등의 수필집, 그리고 『시정신과 유희 정신』 이란 아동 문학 평론집을 펴냈는데 이러한 책들은 모두 아동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똑같이 큰 감명을 주었다. 이씨의 가족, 부인과 1남 1녀는 대구에 산다. 부인(이인자·40)이 대구서 초등학교 교사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언제나 그랬듯 혼자 학교서 기숙한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병아리처럼 뛰논다. 『교장 선생님예-기덕이가 예 줄넘기 뺏아 갔다 아임니꺼.』이 교장이 고개를 돌렸을 때 같은 또래의 한 꼬마가 얼핏 교실 모퉁이로 사라졌다.
『오냐, 다시 만나면 내 기덕이 혼내 줄 끼다·잉-.옥아』교장 선생의 말에 옥은 『예-인제 기덕이 큰일 난기라애』하고 안심한 둣 쪼르르 달려갔다. 적막하기 만한 시골 학교의 한 「스케치」였다.
글 김준식 기자
사진 김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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