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교 내국인 입학 여여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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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국 교육 기관에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여권 내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교육위원과 교육부 사이에 비롯된 이견이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2월부터 교육부와 열린우리당 일부 교육위원들은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 허용 조항을 담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특별법안'에 이견을 보여왔다.

교육부는 '경제자유구역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특별법안도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이었다. 경제자유구역의 성패가 외국 교육기관의 유치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선 내국인의 입학이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교육위 위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건 이 때문이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리자 어렵게 꼬인 정부 입장을 도와주기 위해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지원에 나섰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 6일 "당연히 자유무역에 찬성이고, 의료와 교육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를 방문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만나 "투자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교육기관 설립의 길을 터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다.

하지만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 교육위 소속 정봉주.구논회 의원의 반대 입장은 더욱 강해졌다. 지난 3~5일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의 교육 개방 실태를 시찰하고 돌아온 뒤 더 그렇게 됐다.

정봉주 의원은 10일 "상하이를 시찰한 결과 정부 설명과 달리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는 외국인 교육기관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고위 관계자도 '외국 교육기관에 한국인 입학을 허용하면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하더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구논회 의원도 "교육적 입장에서 정부안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싱가포르는 자기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초.중.고등학생의 외국인학교 입학을 불허하고 있다"고 했다. 내국인 입학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선명해짐에 따라 '외국교육기관 설립 특별법안'의 4월 처리 역시 큰 진통이 예상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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