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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제 개편, 역차별 우려 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선택진료제의 존폐 논의는 이미 10년이 넘게 이어졌다. 환자의 선택권이 없는 선택진료, 부당징수와 환자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2004년에 언론을 통해 환급 사례가 연이어 보도됐고 이후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때마다 이 문제에 관해 질타를 받았다. 진료비 확인신청에 따른 선택진료비 환불액은 2012년 5억4100만원에 달한다. 같은 해 선택진료비 규모는 1조 3170억원을 기록했다. 비급여인 탓에 이 돈은 모두 환자와 보호자의 주머니에서 나갔다.

정부는 2000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지만 선택진료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았다. 선택진료가 갖고 있는 순기능 때문이다. 본래 선택진료는 환자나 보호자의 의사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형 병원의 환자 쏠림현상을 막고, 진료 의사간의 경쟁을 이끌어 질적 향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택진료제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진료 수가를 보전해 주는 성격이 강했다. 이를 개선하려면 의료계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재정보전 방안이 뒤따라야 했다.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으로 3대 비급여 개선안 마련에 참여한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지영건 교수는 “개선안을 논의할 때 선택진료제의 완전 폐지론까지 나왔지만 정부가 정책 시행에 부담을 느껴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의료보장장성 강화'가 채택되면서 선택진료제 개편안이 지난 1일부터 결국 시행됐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수가의 신설, 조정이다. 그러나 지 교수는 “개편에 따른 보상이 공통분모인 수가 조정으로 이뤄지면서 오히려 불합리한 측면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선택진료제에 대한 보상이라면 기존에 선택진료를 했던 병원에게 확실한 보상이 되야 하지만, 그렇지는 못하고 오히려 선택진료를 하지 않았던 병원이 무임승차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병원별로 손실과 이득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제도가 개편된 만큼, 병원별로 심각한 경영 위기가 찾아올지언정 땜질 처방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의료보장성 강화라는 정부의 시책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선택진료제의 축소는 오히려 역으로 선택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년차 의사와 20년차 의사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환자들이 누구에게 가겠느냐“며 “이 경우 특수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시장조절 기능을 담당하던 선택진료비가 사라질 경우, 병원과 ‘의사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

또, 주말 진료까지 불사할 만큼 경영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 대다수의 의료 기관들은 아직 선택진료제 개편에 따른 손실액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실제 손실이 나도 이를 보상할 만한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이 실장은 덧붙였다.

이 실장은 “상급병실와 선택진료의 개편이 환자의 의료보장성 강화 차원에서는 맞지만, 형평성만 강조하다 보니 의료기관이 겪을 수 있는 문제도 많이 발생할 것”이라 말했다. 상급병실료 개편은 다인실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환자가 다인실을 쉽게 선택하게끔 하는 게 과연 환자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형평성과 접근성의 문제를 해결한 만큼, 이제부터는 시장상황에 맞게 다양한 의료 정책 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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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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