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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붕괴 여수 흥국사 대웅전 F등급·툇마루 창방 금 간 강릉 오죽헌 E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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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야외에 노출돼 훼손 위험이 높은 전국 7393건의 국보·보물 등 지정·등록문화재 가운데 1683건(22.8%)이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시 조치, 상시 모니터링 등이 필요한 상태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이 학계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문화재특별점검단’(단장 박언곤 홍익대 명예교수)을 꾸려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현장 조사한 결과다.

 문화재청이 7일 발표한 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문화재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져 자연적인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식적인 예상치’를 뛰어넘는다. 문화재청은 구조 안정성 검사 결과를 A등급(양호)부터 F등급(즉시 조치)까지 6단계로 나눴다. 국보 가운데 21건이 보수 정비가 필요한 E등급을 받았고, 10건이 정기 모니터링이 필요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보물 가운데 E등급은 101건, D등급은 7건, F등급도 10건이나 됐다.

 보물 제165호인 강릉 오죽헌은 툇마루 창방 등에서 균열이 보이는 등 구조적으로 불완전하다고 판단돼 E등급을 받았다. 건물에 쓰인 목재 등의 변형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보물 제396호인 여수 흥국사 대웅전은 우측면 지붕 붕괴 등으로, 보물 제811호인 경복궁 아미산 굴뚝은 적벽돌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이며 표면 풍화 역시 눈에 띄게 진행돼 각각 F등급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구조 안정성 분야 이외에 소방 방재 분야, 흰개미 등 생물피해 분야, 사찰·서원 등 유물을 다량 소장하고 있는 민간시설 등 크게 네 분야로 나눠 점검을 실시했다. 소방방재 분야와 생물피해 분야는 A(양호)~C 세 등급으로 나눴다.

 생물피해 분야의 경우 국보 제226호인 창경궁 명정전에서 흰개미 등이 발견돼 추가 조사가 필요한 B등급 판정을 받았다. 흥국사 대웅전은 화재경보 설비도 불량인 것으로 나타나 소방 방재 분야에서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았고, 보물 제830호인 영광 불광사 대웅전은 CCTV 불량으로 역시 C등급을 받았다.

 야외 문화재에 대한 ‘전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5년마다 한 번씩 문화재청 공무원 등이 육안으로 문화재 훼손 정도를 점검하는 정기조사 위주였다. 지난해 말 숭례문 부실복원 논란이 일자 문화재 점검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한 게 이번 문화재청의 특별 종합점검이다. 문화재청 강경환 문화재보존국장은 “문화재청이 문제 발생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경우는 별로 없다.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점검을 통해 문화재 훼손에 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점검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국보 등 국가지정 문화재보다 가치는 떨어지지만 문제 등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도 지정 문화재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다. 1254건이 구조 안정성 분야에서 D 이하 등급을 받았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10개 시·도가 아예 정기조사 규정이 없고, 문화재청이 예산을 지원해줄 수도 없게 돼 있다. 박언곤 단장은 “시·도 지정 문화재라도 문화재적 가치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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