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이냐…휴전이냐…고 빗길 맞은 수로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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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서구의 눈에 비친 이라크-이란 전. "큰 불길 일단 잡았다 확전 막게 휴전중재 막후 노력 계속"-미국의 시각>
개 전2주 째에 들어선「이란」-「이라크」전쟁은 뚜렷한 승자도 없고 휴전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진 느낌이다. 세계대전의 불씨를 안고있는 이 전쟁에 대한 미국과「유럽」의 현 시점에서의 평가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미국정부는 엄정 중립이라는 개 전 초기의 기본방침에서 일보 전진, 이 전쟁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군사적 대비책을 적 강화하고있다.
이 전쟁을 보는「워싱턴」의 시각이 적극적인 관심으로 선회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확전이 될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다.
확전이 된다면 세계 경제질서를 혼란 속에 빠뜨릴 것은 물론 미·소 등 초강대국의 정치·군사적 대결을 첨예화시킬 것이며 경우에 따라 새로운 세계대전의 유발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과 4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국제적 긴장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이란」에 억류된 52명의 인질의 운명에 어떤 부정적인 효과가 미치는 것도 묵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입김이 세계도처에서 약화된 현실 때문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에는 한계가 있지만「페르시아」만의 불길을 미리 잡기 위해「카터」행정부는 맹렬한 막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키」가 전쟁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이란」과「이라크」로 가는 모든 무기의 통과를 금지시키고 미국이 확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사우디아라비아」에 대피했던「이라크」전투기를 철수시킨 데 이어 그 대신 미국의 AWACS기를 파견한 것 등은 모두가 막후협상의 결과들이다.
「카터」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개전 초기부터 미국과「페르시아」만 인접국가들간의 적극적인 외교노력의 결과로 이번 전쟁이 다른 국가로 파급되는 것을 일단은 방지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물론 사태는 아직 유동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란」이 지난 2년간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의외로 막강한 공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과「호메이니」가「이라크」의 휴전제의를 일축하는 태도를 취하고있는 점등으로 미루어보면 한쪽이 완벽한 승리를 하거나 전선이 개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기까지에는 이번 전쟁이 쉽사리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라크」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록 제공권은 열세라 하더라도 막강한 지상군으로 개전 초기에 점령한「이란」내 진지를 계속 고수하려들기 때문에 두 나라간의 장기적인 소모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미·소의 태도가 관건|물자 확보 안된 채 장기소모전 예상-서구의 시각>
개전 2주 째에 들어간「이란」-「이라크」전은 군사·외교 양면에서 일단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두 나라의 군사적 대결에서 더 이상 특기할만한 전투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이란」-「이라크」모두 전쟁수행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있음을 나타낸다.
외교적 해결을 통한 휴전노력도「유엔」안보리를 비롯해 계속 되고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업저버」들은 이 전쟁이「6일 전쟁」이후의「이스라엘」-「이집트」전쟁처럼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르·몽드」「르·마탱」「르·쿼티디앵·드·파리」「르·포앵」등 대부분의 신문·잡지들은 어떠한 국지적인 분쟁도「워싱턴」이나「모스크바」의 동의 없이는 확전도 휴전도 불가능했던 그 동안의 경험을 들추어 결국 이번 전쟁의 관건도 미·소 두 초강대국의 손에 달려·있다고 보고있다.
「이란」과「이라크」는 앞으로 미·소 두 나라로부터의 무기와 탄약의 공급이 있을 경우에만 전쟁의 계속 수행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은「이란」혁명 후의 관계악화로「이란」에 대한 무기 금륜 등 모든 지원을 중단했다.
소련 제 무기로 무장한「이라크」군의 사정은 더욱 모호하다. 「뉴욕」에서「머스키」 미 국무장관에게「그로미코」소련외상이 확언한대로 소련이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이라크」군이 곧 무기와 탄약의 부족을 느끼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시점에서「이라크」가 휴전을 제의하고 나온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유럽」의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라크」는 석유수송의 요형「샤트·알·아랍」을 완전 장악함으로써 경제적인 발전 뿐 아니라「페르시아」만 지역에서의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것으로「사담·후세인」이 대통령은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페르시아」만 국가들도「이라크」의 후견아래 들어가기를 원하지는 않지만「이라크」가 이 지역을 차지한다면「아랍」계로서는 일종의 『보호 벽』을 확보하게되는 셈이다.
이 지역을 차지한「이라크」가 이제 전쟁을 계속할 이유는 없다.
서구「업저버」들은 휴전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것인지 지구전이 될 것인지 아니면 확전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지금으로서는 관망하고 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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