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전, 확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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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페르시아」만 유전지대의 불길이 전쟁도발자의 생각대로 속전속결로 끝나지 않고 있다. 개 전초기에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던「이란」이 공군력을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어 총 반격에 나섬으로써「이란」과「이라크」군은「호람샤르」일대에서 밀고 밀리는 전황을 연출하고 있다.
전쟁이 예상보다 오래 계속될 기미를 보이자「아랍」세계 자체가 두 패로 갈려,「시리아」「리비아」「알제리」같이「이라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이란」에 성원을 보내고,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쿠웨이트」같이「이란」으로부터의「이슬람」혁명의 파급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던 반봉건적 군주국들이「이라크」쪽을 훈수하고 있다.
이런 양상을 보고, 「페르시아」만 안의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서방세계는「이란」「이라크」전쟁이 중동산유국들 모두가 참전하는 전쟁으로 확대되는 게 아닌지, 결국은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는 대전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지 불안한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아이러니컬」하게도 미소의 개입 가능성, 바로 그것 때문에 전쟁당사국과 주변의「훈수꾼」들은 확전을 피하는 쪽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가령「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들이「이라크」에 동정적인 입장을 춰하는 것은「이라크」에「오메이니」혁명의 물결에 대한 방파제구실을 기대하는 것 못지 않게「이라크」가 다시 소련의존으로 기울게 되는 사태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임이 분명하다.
「이라크」가 소련과 우호 조약을 체결한 72년 전 후에는「이라크」소련관계가 당시의 미국「이란」관계처럼 밀착되어 있었지만 초년 대 후반에 들어서면서「이라크」는 소련과의 거리를 넓히고 동시에「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팔레비」치하의「이란」등 주변의 보수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해가고 있었다.
전쟁이 확대, 장기화되면 무기의 부품공급을 받기 위해서도「이라크」의 소련 경사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였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소련이「이란」지원을 제의했다는「테헤란」방송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이란」혁명 후 미국의 영향력은「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대폭 줄어들고 소련의 영향력이 반사적으로 커졌다.
따라서 소련의 처지에서는 현상유지가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였다. 소련의 개인이 미국의 개인을 불러들일 것은 필연적이다. 소련의 지원제안을「이란」이 일단 거절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이란」이 내린 현명한 판단이다.
소련의 직접개입이 없는 한 미국도 개입의 수단과 대상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싸움을 하고있는 두 나라, 그들은 훈수하는 이웃나라들의 자리는「기름통 위」나 다름없다. 확전은 파국을 의미한다.
전쟁당사국과 주변국가들, 그리고 강대국들의 자제가 절실한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란」「이라크」전쟁은 국경분쟁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근본적으로「페르시아」만의 「헤게모니」쟁탈전이다. 「팔레비」왕조의 붕괴로 생긴 힘의 공백을「이라크」가 메우고「페르시아」만의 경찰 역을 맡겠다는 야심이 전쟁도발로 나타난 것이다.
「이란」과「이라크」의 경쟁은 힘의 우열에 따라 판가름나게 마련이다. 거기 주변국가들과 강대국들이 개입하는 것은 관중이 경기규칙을 위반하는 일임을 다시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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