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前대통령 "韓美정상 성격 같아 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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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다음달 미국 방문에 앞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15일 만찬 회동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孫吉丞) 초청으로 14일 방한했으며, 이날 만찬을 하고 출국했다.

청와대 상춘재(외빈 접객소)에서 진행된 만찬은 화기애애했다. 盧대통령이 "부시 가문은 돈독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덕담을 하자 부시 전 대통령은 "盧대통령이 미국에 오면 부시 대통령과 성격이 같아서 잘 통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아버지 부시'는 "내 아들도 소박하고 진솔한 농담을 좋아한다"며 "미국 방문 때 평소대로 盧대통령이 솔직하게 대화한다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이라크전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우방의 지원이 없어 여론의 비판을 받는 등 어려웠는데 한국의 파병 결정으로 큰 힘을 얻었다"며 "盧대통령으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것을 부시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이 핵을 가져선 안되며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많은 오해가 있으나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동시에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날 盧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상춘재 계단에서부터 맞이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나는 이미 나이가 들었고 실업상태"라고 조크를 던지면서 "정책 결정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내가 전화하면 리턴콜을 한다. 부자간에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盧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고 성공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목조 가옥인 상춘재에 대해 "링컨 대통령이 살던 집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언론을 화제삼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부시가 "언론이 대통령을 어떻게 다루나"고 묻자 盧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항상 잘 도와주는데 카메라만 있으면 말이 나오다 들어가거나 엉뚱한 말이 나와 고생한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기사화가 안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기사가 나오곤 했다"는 말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맞는 말"이라며 "특히 미국에선 자신들 생각과 다르면 대통령 말이라도 다 안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시 전 대통령은 "그 분들은 그것이 소명이니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욕심을 부리면 (이날 회동으로) 내일 주식값이 오를지도 모른다"고 흐뭇해 하며 '위하여'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이에 앞서 부시 전 대통령은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손길승 SK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 경제5단체장, 한.미 관련 주요 인사 등 30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내년 80회 생일을 기념해 낙하산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고 노익장을 과시한 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석유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강민석.정현목 기자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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