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빠른 시일 안에 해제"|전대통령, 미 칼럼니스트「노바크」씨와 회견|"한국. 전보다 더 민주화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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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건진특파원】전두환대통령은 한국의 계엄령은 멀지않아 해제될 것이며 앞으로의 한국은 지난 18년간의 박정희대통령 통치 때보다 보다 민주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저명한「칼럼니스트」「로버트·노바크」가 17일 보도했다. 중앙일보·동양방송 초청으로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바 있는「노바크」씨는 전대통령과 가진 단독회견 기사를 통해『한국의 전대롱령은 미국의「카터」대통령이 한국에「완전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 것을 환영했다』고 말하고 그리나 모든 국가는 그 나름대로의 역사적·문화적·지정학적환경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전대통령은 지난12일 청와대에서 90분간 가진 이회견에서『만일 지난5월의 광주소요사태 같은 것이 2개의 다른 도시로 확대했더라면 북괴 김일성은 10만평의 침투자를 내려보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한반도는 항상 북괴의 침략 위험성에 놓여있음을 강조했다. 전대통령 회견내용을 신은「에번즈·노바크」「칼럼」은 이날「워싱턴·포스트」지를 비롯한 전세계 3백여개 신문에 동시에 게재됐다.

<노바크「칼럼」전문>
한국의 전두환대통령은 김대중에 대한 사형선고를 감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부측. 법률가들은 전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시사가 보인다.
2주일 전 정치의 막후실력자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가진 첫 회견에서 전대통령은 김대중이 정치범이 이 나라 완전한 형사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대통령은『이 문제는 법원이 처리할 문제지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감형의 문호를 닫아버리지는 않았다.
청와대에서 가진90분간의「인터뷰」를 통해 전대통령은「카터」대통령이「완전한 민주주의」를 요망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계엄령을 머지않아 해제할 것이며 한국은 박대통령의 18년 통치기간 보다 민주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대통령은 동시에 북괴의 침략 위험성을 강조하고 이들이 한반도를 세계적인 분쟁의 불씨로 만들고 있고 3만9천명의 미군을 붙들어 매두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대통령은 만약 지난5월의 광주소요가『2개의 다른 도시로 확산되었더라면』북괴의 김일성은 10만명의 병력을 남파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점이 바로 사회적 불안. 무질서, 폭동사태가 용납될 수 없는 이유』라고 전대통령은 설명했다.
전대통령은 외국신문들이 지금까지 묘사한 군대막사의 투박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인터뷰」중 줄담배를 피우면서도 차분하고 자신에 차 있었다. 그의 세련된 태도는 그가 불과 2년전 만해도 알려지지 않았던 모법사단장이었다는 사실을 의심스럽게 했다.
전대통령의 미소짓는 건장한 모습과 박대통령의 엄하고 약해 보이는 모습을 대조해보면 신체적인 조건이상의 차이가 있다.
5년 전 박대통령이 같은 방에서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위협 때문에 안보를 허술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대통령의 노선은, 박대통령의 마지막 수년간에 비해 강경하긴 해도 상당한 희망을 보여주었다.
전대통령은 미국을 한국의「위대한 후원자」라고 부르고 박대통령이 가끔 사용한 미국에 대한 자극적인 언사를 의식적으로 피했다.
현재 서울과「워싱턴」사이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는 김대중의 재판에 대한 서방축의 비판에 대해 그는 특히 조심스런 표현으로 대꾸했다.
그는『김대중사건을 나와 관련시키려는 미국과 일본의 태도에 대해 다소 걱정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비난하지는 않았다. 전대통령은 김대중에 대한 사면을 아직 고려해 본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전망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았다.
전대통령의 주요보좌관들이 김대중에 대한 감형조치를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법률보좌관들이 곧 대통령의 사면권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카터」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대해「완전한 민주상의」를 요구한데 대해 전대통령은『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매우 합당하다. 나는 그걸 조금도 불쾌하게 생간지 않는다. 민주주교는 완벽해야만 한다. 불완전한 민주주의는 어떤 경우에 있어서나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다』 고 말하고『그러나 각 국가는 제각기 고유한 역사적 문학적 지정학적인 환경을 갖고있다』 고 했다.
그러한 환경 속에는 한국의 안정을 해치는 북으로부터의 위협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전대통령은『계엄령은 조속히 적절한 시기에 해제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몇개월 동안 상황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계엄령이 장기간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국의 국내정책이 억압적이라고 하는 미국인들은 이미 지난 일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틀림없다. 과거의 일에 대해 나로선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당시엔 나는 정치적으로 책임질 입장이 아니었다.』
이같이 박정희대통령 시대와의 관련을 부인한 전대통령은 이어 한국의 새 헌법은 대통령선거에서 경쟁을 인적하고 임기도 7년 단임제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유신헌법보다 미국의 헌법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할 남북간의 진지한 협상에 북한이 진정한 흥미를 갖고있지 않다고 보았다.『지금 당신과 내가 앉아 있는 바로 이곳은 북괴군 포화의 사정 거리 안에 들어있다. 그들이 방아쇠만 당기면 바로 여기에 포탄이 작렬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처럼 크고 부유하고 안정된 국가에선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지난 한세대 동안 미국과 한국은 상호 국가안보를 위해 서로의 결정을 눈감아주어야만 했다.
김대중사건은 앞으로도 몇 달을 더 끌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안정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 안정에는 한국의 사활만이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대통령은 미국 두 나라가 어느 정도 상대방을 관대하게 봐주기를 분명히 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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