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내각의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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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은 2일 조각을 끝내고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남덕우씨를 총리서리로 한 새 내각을 발족시켰다.
각 원 20명 가운데 13명이 교체된 새 내각은 국정의 계속성에 주안점을 두면서 각 분야의 「테크너크래트」를 대거 기용한데 그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경제전문가를 총리와 부총리로 기용한 것은 당면한 경제난국의 타개와 국가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전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9·2 조각」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현역 신민당 의원 등 야당계인사의 입각인데 이것은 시대적 요청인 국민적 단합과 총화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으로 보아 무방할 것 같다.
남덕우 내각은 엄격하게 말하면 새 헌법에 의한 제5 공화국 출범까지의 과도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 시대의 구심으로서 이미 확고하게 지반을 굳힌 전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다는 점에서 새 내각의 성격은 지금까지의 내각과는 판이하며, 「10·26사태」후 10개월만에 우리는 모든 시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안정내각을 갖게된 셈이 되는 것이다.
새삼 지적할 것도 없이 새 내각은 『민주복지국가건설』이란 전대통령의 지도이념을 행정을 통해 성실히 구현하는 것을 그 최대의 책무로 하고있다.
모쪼록 강력한 지도자의 훌륭하고 성실한 「파트너」로서 막중한 소임을 다해 국운개척과 민생안정에 이바지해줄 것을 모든 각료들에게 간절히 당부하고자 한다.
새 정부의 당면 최대 과제가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외교노력의 강화라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남총리의 말을 빌 것도 없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80년대의 착실한 성장터전을 닦고 미국과 일본 등 우방과의 강호협력관계를 증진하는 일이야말로 새 내각이 해야할 급선무라 하겠다.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은 당장 시급한 민생의 안정을 위해서 뿐 아니라 복지사회의 터전마련이란 장기적인 국가 목표달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않으면 안될 과제인 것이다.
10·26후의 정국불안과 함께 경기가 침체하고 수출이 제대로 안 되는 등 큰 위기를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그것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우리가 70년대에 이룩한 눈부신 성장은 앞으로의 도약을 약속하는 자산이며 보증인 것이다. 더욱이 국보위에 의해 추진된 사회정화운동은 경제의 정상적 발전을 저해하던 갖가지 부조리와 낭비를 일소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기업풍토를 조성하는 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대통령은 기업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유롭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기업에 대한 과잉보호는 지양하겠다고 언명한바 있거니와, 정부의 이러한 결의에 발맞추어 모든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아간다면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의 경제운용이나 행정「스타일」이 7O년대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단절이 있을 수 없다고 볼 때 70년대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경험이 80년대의 경제운용에 크게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신임 남총리가 69년부터 10년간 재무장관으로 ,경제기획원장관으로, 대통령 경제담당 보좌관으로 우리경제의 개발전략을 주도해 왔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우리가 남총리에 대해 각별한 기대를 거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음을 덧붙여 둔다.
그리고 경제발전이나 국가안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외교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겠다.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한 새 내각의 면면에서, 외국인의 국내경제활동을 적극 보장하겠다고 한 발언에서 외교문제에 대한 전대통령의 높은 식견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주변상황이나 처지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선린우호 및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외국인을 상대로, 또는 해외에 나가서 하는 것만이 외교일 수는 없으며,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추진해야할 과제가 외교인 것이다. 그러나 최선의 외교는 궁극적으로 훌륭한 내치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훌륭한 내치로 국민적 단합이 잘 이룩되면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국제적 성가와 신임은 그만큼 높아지고 따라서 자원이나 시장확보 등 우리의 국력중장을 위한 외교도 한층 수월해질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새 내각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직한 정부」 「능률적인 정부」로서의 자세를 한층 가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경제문제나 외교-국방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교육문제 그리고 정치일정의 원활한 추진 등 새 내각이 당면한 과제는 산적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책이나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성패는 국민들의 지지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정부가 솔선해서 약속을 지키고 정직한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게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선동·파쟁·부정부패 등 구시대의 잘못된 풍토는 그대부분이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조장된 것은 사질이지만, 행정부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남덕우 내각의 구성에서 우리는 깨끗하고 참신하며 새 시대를 이끌 사명감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인상에 조그마한 흠도 가지 않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복지국가건설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해줄 것을 당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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