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차분해진 주말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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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민들의 휴일보내기 양상이 차분하고 실리위주로 바뀌었다. 일요일마다 전세 「버스」로 밀려든 단체행락객들의 확성기소리·취객의 추태, 그리고 폭력배들의 행패로 소란하던 도시근교 유원지에는 가족끼리 오순도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그나마 대부분 음식물은 을론 돗자리까지 준비했으며 「택시」보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알뜰행락」 일색이었다.
또 시내극장가 주변에는 암표상이 없어졌고 도심지음식점에는 부녀자들의 계모임으로 시끌대던 모습이 뜸해졌다.
「골프」장도 고급공무원과 기업인들의 발길이 거의 끊기다시피한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들만이 줄을 이었다.
사회정화운동이후 두드러지게 달라진 시민생활의 한 단면이다.

<유원지>
서울시민들이 즐겨 찾는 우이동 계곡.
여름방학중 마지막 휴일이자 모처럼 비가 내리지않은 24일 하룻동안 6천여명이 휴일을 즐겼다.
우이동계곡 중간쯤에 있는 바위상회(주인김시중·40)앞 5백여평의 숲속에는 20여 「그룹」의 가족단위 행락객들이 준비해온 휴대용 돗자리를 깔고 가족끼리 조용히 앉아 놀고있었다.
하오 3시쯤 점심시간이 지난뒤 및몇 행락객들은 일찍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행락객 가운데 특히 어린이들은 앞장 서서 주변에 흩어진 음식찌꺼기·빈병·휴지등을 말끔히 청소했다.
관할 신우이파출소 윤병옥경장(32) 은 『휴일이면 곳곳에서 바가지요금·술꾼들끼리의 시비등으로 어수선했으나 오늘은 1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뚝섬유원지의 경우도 마찬가지-.
4천여명의 행락객들이 비싼 「보트」놀이(1시간 대여료 1천5백원)를 외면하고 모래사장 「포플러」밑 그늘에서 여름의 휴일을 즐겼다.

<음식점>
부녀자들의 계모임·동창회등으로 북적대던 서울소공동70 중국음식점 야래향에는 가족손님 1백50여명이 「휴일외식」을 즐겼다.
그러나 「메뉴」드 비싼 요리는 거의 주문이 없고 2천원 안팎의 대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부인을 동반한 박광호씨(30·회사원·반포주공3단지314동307호) 는 『1개월에 한번쯤 외식을 해왔는데 지난달 까지만해도 계모임에 나온 부녀자들이 몰려다니며 흥청대는 꼴이 거슬렸으나 이젠 그런 것이 없어져 모처럼 오붓한 외식을 즐기게됐다』고 했다.
이집 지배인 전규대씨(67)는 『과거 손님들은 1상에 4만∼5만원씩하는 요리를 턱없이 주문했으나 이젠 가족단위로 바뀌면서 주문도 알뜰해졌다』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
휴일비용을 줄이기 때문인지 오히려 입장객수가 늘었다.
그러나 구내음식점·음료수및 기념품판매점의 판매액은 크게 줄어 상인들은 「인파호황」속에 불황을 겪고 있다.
입장객들이 대부분 음식물을 준비해오고 비싼 기념품을 외면하기 때문.
기념품·장난감 판매소주인 이고현씨(52)는 『지난해엔 1천∼2천원짜리가 많이 팔렸으나 이젠 2백∼3백원짜리밖에 팔리지 않는다』고 행락객들의 절약정신을 말했다.

<「골프」장>
서울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20분거리인 「뉴·코리아·골프」장(경기도상양군 원당면신원리)은 24일 모처럼 비없는 일요일을 맞았으나 내장객들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절반가량 준 2백여명뿐이었다.
그것도 내국인은 절반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다.
주차장에는 예전 같으면 휴일마다 2백여대의 승용차가 몰려 세울곳이 없어 진입로까지 몰렸으나 관광객을 싣고온 관광「버스」와 승용차 30여대만이 덩그러니 넒은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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