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재투표 부결땐 파산보호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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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 최대의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AA)의 파산보호신청 여부가 16일(이하 현지시간) 승무원 노조의 재투표 결과에 따라 판가름나게 됐다.

아메리칸항공의 모회사인 AMR의 돈 카티 회장은 15일 회사 내 4개 주요 노조 가운데 조종사.지상근무자.정비사 노조는 연간 18억달러의 임금 삭감안에 찬성했으나 1만9천여명의 승무원 노조는 이를 근소한 차(5백표 미만)로 부결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회사 측이 제시한 수정안을 승무원 노조가 다시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카티 회장은 여기서도 부결될 경우 바로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이번 임금삭감안이 거의 6년간 유효하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으며, 카티 회장은 파산보호신청(법정관리)을 하면 연간 임금삭감액이 5억달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승무원 노조가 재투표에서 임금삭감안을 수용해도 AA의 경영난이 워낙 심각해 결국은 파산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회사 전체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35~40%여서 노조와 임금 삭감에 합의해도 장기적인 자금난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9.11 테러 이후 승객 감소로 적자에 시달려온 아메리칸항공은 유가 급등과 사스 등으로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다. 9만9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52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냈으며, 현재 부채는 2백70억달러에 이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사진설명>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램버트 국제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AA) 직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이날 승무원노조는 회사측의 18억달러 임금삭감안을 근소한 표차로 부결시켰다. [세인트루이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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