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을… 텐트마다 부상자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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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6.5의 지진으로 390명 이상이 숨진 중국 윈난성 자오퉁시 루뎬현에 급파된 무장경찰 소속 구조대원이 부상자를 업어 이송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4일 진앙지 인근인 루뎬현 룽터우산진 룽취안촌을 찾아 피해자를 위로하고 구조대를 지휘했다. [자오퉁 신화=뉴시스]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 자오퉁(昭通)시 루뎬(魯甸)현은 폭격 현장 그대로다. 4만 2000여 채의 가옥이 붕괴했거나 파손됐다. 3일 오후 4시30분 10초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6.5 강진 여파다. 4일 오전 12시51분 현재 사망자만 391명. 그러나 부상자가 1800여 명에 달하고 구호 작업이 초기 단계여서 사망자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국가방재위원회 비서장 등으로 구성된 ‘국무원공작조직’을 이끌고 4일 정오 경 피해가 심한 룽터우산(龍頭山)진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조작업은 더디다. 도로와 통신이 두절된데다 3일과 4일 밤 피해 현장에 비가 내리면서 구호 인력 현장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오퉁시에서 루뎬현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막혀 4일 밤 현재 도보 접근만 가능한 상태다. 루뎬현 관계자는 이날 중국 중앙(CC) TV에 “곳곳에 교통과 통신 두절은 물론 500~600채의 가옥과 학교·병원·파출소 등이 모두 폐허로 변하는 등 피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현 인근 뉴란(牛欄)강은 여러 곳이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로 막혀 언색호(堰塞湖, 화산 폭발·지진 등으로 계곡이나 하천이 막혀 형성된 호수)가 생기면서 추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군은 윈난 군구와 육군 제14집단군, 윈난 무장경찰대 등 4000여 명이 골든타임 안에 인명 구조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넓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자오퉁시는 부상자 치료를 하는데 혈액이 부족하다면서 헌혈센터를 설치하고 주민들에게 긴급 헌혈을 호소하고 있다. 룽취안(龍泉)촌의 초등학교 옆의 공터에는 급히 마련된 텐트에 부상자가 가득했고 대다수가 중상자라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구호약품과 시설이 부족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스무 살 남짓의 젊은이가 텐트 밖에서 지혈만 하고 있는 광경도 목격됐다. 중상자들이 계속 초등학교 옆 구호 텐트로 후송되고 있지만 의료진은 텐트 밖에서 간단한 응급처치 외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피해지역이 진앙지에서 7.5㎞로 가까웠고 ▶가옥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안된 토담집이고 ▶산세가 험한 지역인데도 ㎢당 평균 거주 인구가 265명이나 돼 피해 규모가 컸다고 진단했다. 자오퉁시는 쿤밍(昆明)에서 북동쪽으로 약 300㎞ 떨어진 곳으로 2012년에도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해 80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부상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안성국 총영사는 이날 “ 교민이나 한국인 관광객 피해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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