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열의 고장…한자리에 모인 선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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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주 우암산의 「3·l공원」에 「3·1운동」때의 민족대표 33인중 여섯분이 한자리에 모였다. 혹은 하늘을 우러르고 혹은 발아래를 굽어보고 저마다 독특한 「포즈」로. 저립한 여섯청동립상은 오른쪽부터 청오 정춘수, 은재 신석구, 청암 권병덕, 의암 손병희, 우당 권동진, 동오 신홍식.
충북이 낳은 민족대표 여섯분의 동상이다.
예로부터 충신열사의 고장으로 알려진 충청도. 그중에서도 충북은 3·1독립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도로선 가장많은 6명을 낸 영예를 안고있다.
그러나 막상 이들 선열의 고향에 그들을 기릴 이렇다할 기념물하나 변변한 것이 없던 터에 이분들을 한자리에 모신 동상이 세워져 광복절인 15일 제막되는 것이다.
이분들의 동상건립은 3·1독립운동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선혈의 애국정신을 기릴 표상을 세우자는 여론에서 비롯됐다.
곧「3·1공원」조성추진위원회(위원장 박상진 충청일보부사장)가 조직되고 충북도와 청주시는 9천9백5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우암산기슭 l천9백평에 부지를 조성했다.
「3·1절」61주년인 지난3월1일부터는 동상건립이 시작돼 5개월만에 완공, 제막하게 됐다.
2m50cm화강석 대좌위에 건립된 동상의 높이는 실물보다 약간 큰 2m50cm.
홍탄대 박석원교수가 조각을 말고 청주여고 이상복씨가 글씨를 새겼다. 공원전체의 조경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조경기술사 정영선교수(청주대)가 설계했다.
실물과 같은 동상을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유족들을 찾아 사진자료를 모으고 각종 문헌을 창조해 석고상을 뜬뒤 유족들의 마지막 확인을 거쳤다.
두손으로 독립선언서를 받쳐들고 낭독하는 모습의 의암 손병희.
지팡이를 짚고 서서 오른손을 들어 백성을 어루만지는 우당 권동진.
한손엔 성경을 들고 한손을 높이들어 선교하는 동오 신홍식.
모자를 벗어 들고 오른손엔 염주를 굴리며 묵상하는 청암 권병덕.
붉은「샐비어」꽃을 발아래 깔고 우뚝선 여섯선열의 모습은 그대로 그들이 산 한 시대의 상징이다.
의암은 충북청원군정면금암리 출생이며 우당이 괴산군소수면아성리, 청암은 청원군미원면종암리, 동오는 청원군가덕면인차리, 은재는 미원면금관리, 책오는 남일면두산리 출생으로 모두 충북이 낳은 거룩한 어른들. 청주를 감싸고 흐르는 무심천을 바라보며 민족정기의 포상으로 우뚝선 선열의 자태앞에서 후손들은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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