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내외곤경 모면하려 새 국기 조성할지도|<영국 국제전략연구소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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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그 단적인 예이지만 이밖에도 「베트남」의 「타이」공략,「이라크」와「이란」의 접전 등 크고 작은 일에 소련의 이름이 들먹여지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가 분석한「80년대의 소련」을 전망해 본다.
소련전문가들은 흔히 이 나라 정치를 결정짓는 객관적 요인으로 지도부 안의 역관계를 꼽는다.
실제로 소련의 역사는 권력을 큰 인물의 개성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80년대의 첫 이정표는 81년으로 예정된 제26차 당 대회다. 물론 그 이전에 소련지도부가 교체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과두정치의 지도체제가 계속 된다고 보면 소련의 정책은「흐루시초프」·「브레즈네프」를 거쳐 쌓아 올린 보수적인 관료주의적 경향을 그대로 유지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87년에 열릴 27차 당 대회에 가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정치국원의 연령한계를 72세로 봐 준다해도 87년에는 지금의 지도부내 인물 중 9∼10명 정도만이 남고 거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주역을 맡게될 40∼45세 정도의 젊은 당원들은 교회나 체제에 대해 근친안적이고 한층 교조주의적이다.
이런 인물들이 지도부를 맞게 될 경우 훨씬 위험스럽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 여건도 주목을 끈다. 미 CIA 조사에 따르면 소련은 과거 10년 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군사 면에서 미국을 따라잡았을 뿐 아니라 소비생활도 최소한의 기대는 충족시킬 단계가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간은 성장둔화 등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미CIA는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소련은 자신이 충분히 지원 못하는 동구제국이 서방국가와 손을 잡는 것을 용인하던가, 스스로 군비를 축소해 나가지 앉으면 안 된다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될 것이다.
이 같은 결단은 현재의 보수적 지도부로서는 어려운 일이며 앞으로 외교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서방국가의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치적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제적 여건은 전후 구주정치의 주류를 이룬 「영토와 정치적 현상의 고정화」와 상통하는 것이며 결국 경제적 안정보장과 정치적 안전보장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현상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문제에 관한 한 사정은 다르다. 소련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양면에 적을 맞는다는 것이다.
소련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공이 구주·미국·일본과 손을 잡고 그들의 원조로 군비를 착실히 근대화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소련은 현 단계에서는 확실히 중공보다 군사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지만 중공이 미·일의 지원으로 근대화를 서두른다면 바로 핵 전력으로 소련내부를 위협할 수 있고 이밖에 일본의 재무장도 불가피한 추세다.
게다가 80년에는 중·소 우호조약도 실행된다.
두 나라는 모두 소련에 대해 영토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며 일본을 중공으로부터 떼어놓으려면 영토문제를 양보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다.
이런 여건에서 소련은 다음 두 가지 중에 한가지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중공에 화해를 구하는 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그 같은 움직임의 조짐을 보이기도 하고있다.
이것이 제대로 어루어지지 않는 경우 둘째의 방법은 군사적 해결책의 모색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소사각동맹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냐는 의문이다.
결국 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을 맞고있는 소련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구주와 일본의「에너지」원이 되고있는「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반도에 인출함으로써 압력을 가하고 사각동맹 관계를 방해하는 길이다.
소련의 「페르시아」만 진출은 이 같은 안보상 자위책이라는 배경을 깔고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소련이 핵 병기나 통상전력에 있어서나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최근의 사태에 자극 받아 방위력을 증강, 80년대 후반부터는 다시 우위에 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소련의 입장에서 볼 때 안전보장정책에서 최선의 시기는 앞으로 5년 정도가 된다는 얘기다. 가장 궁금한 것은 소련이 지금 맞고있는 최선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려 들것이냐 하는 점이며 이런 군사적 측면이 국내 권력구조의 변화, 경제침체 등 다른 요인과 결부되어 새로운 위기를 조성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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