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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빚은 몸은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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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기원전 776년 시작된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옷을 입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지만 한 육상 선수가 허리띠가 풀려 옷이 벗겨졌는데도 끝까지 달려 우승한 뒤 모든 선수가 나체로 출전하게 됐다는 설이 있다. 그리스 사람들이 인체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700여년이 지난 요즘엔 옷을 벗고 운동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 및 인터넷 사이트인 ESPN은 해마다 스포츠 스타들의 아름다운 몸을 재조명하는 포토 기획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바디 이슈(Body Issue)’다.

 ESPN은 2009년부터 해마다 스포츠 스타들의 누드 사진을 담은 특별판을 내놓고 있다. ‘바디 이슈’는 50주년을 맞은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수영복 화보 못지 않게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ESPN은 모델, 연예인들도 참여하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는 달리 스포츠 스타들만 섭외한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몸에 대한 오마주(hommage·존경, 경의라는 뜻의 프랑스어)’ 라는 해석이다. 수석 에디터인 채드 밀먼은 “반복된 훈련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간된 2014 바디 이슈에 참여한 선수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여자 테니스 전 세계랭킹 1위 비너스 윌리엄스(34·미국)다. 윌리엄스는 ‘흰색 옷’만 입는 게 관례인 영국의 윔블던 오픈에서 점프 수트(상의와 짧은 반바지가 붙어 있는 의상)를 입는 등 톡톡 튀는 패션 감각을 뽐낸 선수다. 그러나 최근에는 쇼그렌 증후군(건조성 각결막염)이란 희귀병 때문에 기량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윌리엄스는 “지금도 쇼그렌 증후군과 싸우고 있다.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화보 촬영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09년에는 비너스의 동생이자 현 랭킹 1위 세레나 윌리엄스(33)가 바디 이슈 모델로 나선 바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8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올림픽 금메달만 18개를 따낸 수영스타 마이클 펠프스(29·미국)도 6명의 표지 모델 중 한 명이다. 펠프스는 자신의 누드 사진을 보고 “(수영복 회사인)스피도의 옷도 몸을 많이 가리는 건 아니었다”는 농담을 던졌다. 날씬한 근육질 몸매의 선수만 모델로 나선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내야수 프린스 필더(30·미국)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배트만 든 채 카메라 앞에 섰다. 부분적인 채식을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필더의 체중은 130㎏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크스의 러닝백 마숀 린치(28·미국),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의 포워드 세르지 이바카(25·콩고민주공화국), 2014 소치 겨울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제이미 앤더슨(24·미국), 49살의 나이로 프로복싱 IBF·WBA 헤비급 통합 챔피언에 오른 버나드 홉킨스(미국), 여자 서퍼 코코 호(23·미국) 등이 이번 화보에 모델로 참여했다.

김효경 기자

사진 설명

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 쇼그렌 증후군(건조성 각결막염)을 앓고 있는 윌리엄스는 “건강해진 모습을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프린스 필더(미국)가 옷을 벗은 채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제이미 앤더슨(미국)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의 포워드 세르지 이바카(콩고)가 농구공을 들고 점프하는 모습.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크스의 러닝백 마숀 린치(미국)가 앞으로 뛰어나갈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관왕에 올랐던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멋진 몸을 선보였다.

[S BOX] 작년 78세 플레이어도 노익장

지난 해 ESPN ‘바디 이슈’에서는 골프계의 전설인 개리 플레이어(남아공)가 78세의 나이로 참여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1953년 프로에 데뷔해 PGA 투어 통산 24승을 거둔 플레이어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군살 없는 몸매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여자배구 대표선수 7명이 단체로 참여했다. 김연경과 함께 페네르바체에서 뛰었던 로건 톰, 2009-2010 시즌 GS칼텍스에서 뛰었던 데스티니 후커, 리베로 스테이시 시코라 등은 배구공만 들고 네트 뒤에 섰다. 데스티니는 “추억을 만들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데스티니는 IBK기업은행과 계약해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LPGA에서 활동중인 1m75㎝의 여자골퍼 수잔 페테르센 도 시원한 바디라인을 뽐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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