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 삽질 밤낮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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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탁류가 휩쓸고 간 마을과 들판에서 재기의 삽질이 한참이다. 자력으로 재난을 극복하려는 주민들의 뜨거운 의지가 방을 밝혀 계속되고있다.
그러나 상처는 너무나 깊고 컸다.
당국은 군장비와 병력을 동원, 주민들의 복구작업을 지원·독려하고 있으나 장비와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이 많다.
○…청주∼보은간 국도가 개통되면서 복구작업은 본격화되고 있다.
25일 보은읍과 10개면 소재지 마을에선 1만 여명의 군인·학생·예비군·민방위대원·공무원 등이 모두 나서 가로정리와 오물수거 작업을 폈다.
보은읍에서는 6천 여명의 주민·학생들이 4개조로 작업반을 편성, 거리의 쓰레기를 말끔히 치워 폐허 같던 시가지가 그런 대로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19일부터 방학에 들어갔던 보은농고 등 보은읍내 2천여 중·고생들은 24일 가두방송을 통해 등교통보를 받고 출석, 이달 말까지 계획으로 공동복구작업을 펴고있다. 학생들이 오물을 쓸어대면 어른들은 한군데 모으고 지원 나온 3백 여명의 군인들이 이들을 「덤프·트럭」에 담아 치우고있다.
보은읍4구 조연석씨(53) 등 이장들은 24일 읍사무소에 모여 『우리 힘으로 복구를 앞당기자』고 결의하고 20명씩 4개조의 야간작업반을 짜 횃불을 켜놓고 밤을 세워 이평리의 무너진 제방50m를 복구했다.
한마을 90가구 중 19가구가 물에 휩쓸렸던 보은군 내북면 장곡리 주변 1백 여명은 25일 군에서 가마니 1백50장만을 지원 받아 마을 진입도로 2백m를 고쳤다.
내북면뇌원·두평리 앞도로는 낮에는 군인들이, 밤에는 주민들이 철야작업을 벌이고있다.
이복구 작업현장에는 청주 시탑동·문화동·남문로1가 민방위대원 97명이 「버스」를 전세 내 지원나가 함께 철야작업으로 인보정신을 발휘했다.
보은군 외속리면 장재리 박선호씨(44) 등 주민들은 파손된 장재저수지 수로 1백50m를 고쳐 1백여 정보의 논에 물을 대고 출수 직전에 망칠 뻔한 농사를 건져냈다.
그러나 장비와 일손이 태부족한 실정. 대부분의 도로·교량·하천제방이 끊어졌고 크고 작은 산사태가 1천2백여 군데나 돼 주민들의 안간힘에도 복구작업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이 응급복구로 근원적인 복구는 까마득하기만 하다. 【보은=최근배기자】
○…충남도는 23일부터 매일 3만4천 여명의 인력과 86대의 중장비가 투입돼 복구에 안간힘이다. 26일 상오까지 유실된·도로64개소(6천8백15m) 중 50%인 3천4백m를, 하천제방 1백89개소(4만4천2백64m) 중 46%인 2만1천m를 복구하는 등 평균45%의 진도를 보이고 있다. 응급복구는 이달 말까지 모두 끝낼 계획이다.
등산군 대구면 벌곡리 앞 예산∼온양간 국도 1천2백m가 유실된 수해현장에는 벌곡리 주민 6백57명, 군인·공무원 1백73명, 학생50명 등 8백80명이 힘을 합해 매일 새벽4시30분부터 밤10시까지 횃불작업을 펴고 있다. 마을 부녀회원 35명은 뜨거운 물과 「라면」을 끓여 남자들의 복구작업을 돕고 있다.
도내에서 가장 피해가 큰 연기군 전의면 읍내리에서는 국민학생들까지 온 주민들이 삽을 들고 간선도로와 골목길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며 자체복구에 나섰다.
주민들의 이 같은 복구노력에 인근 2327부대장병 1백 명도 「불도저」등을 동원, 23, 24양일간 유실됐던 북암천 제방 90m에 가마니를 쌓는 등 지원작업에 나섰다. 【대전=이충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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