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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복권」 위한 불-독 합작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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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정치 무대에서 「유럽」은 스스로 어울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프랑스」의 「지스카르」 대통령과 「신동방외교의 기수」 「슈미트」 서독 수상이 최근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여 국제정치에서 「유럽」 복권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스카르」 대통령은 지난 23일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을 「파리」에서 맞은데 이어 올 가을에는 영·불 정상회담, 중공방문 등의 「스케줄」을 짜놓고 있다.
「슈미트」 수상도 지난 6월말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가지고 「유럽」 핵군축교섭을 한 발짝 진전시켰으며 8월20일에는 동독을 방문, 양독 수뇌회담을, 그리고 8월말에는 「폴란드」 「기에레크」당 제1서기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는 중동 및 「아프리카」를, 서독은 동구제국을 맡는다』는 「역할분담외교」로서 손발이 맞는 「프랑스」·서독 양국은 대미·대소 자주노선이나 「유럽」의 안정확보에 있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소 양대국의 영향권에서 「독자노선의 영광」을 추구한 「드골」이래의 전통을 갖고 있는 「프랑스」는 국제정세의 새로운 파악에 근거하여 미·소의 역할을 대신할 세계외교의 새로운 중추노릇을 하려는 듯이 보인다.
「지스카르」 대통령의 국제정세에 관한 현상인식은 ▲미·소 초대국의 위신이 떨어져가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고 ▲이와는 달리 「유럽」공동체 (EC)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며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독립후 20년이상을 지나 구종주국에 대한 자세가 보다 융화적으로 변한데다 ▲제3세계가 발전단계의 상위 때문에 종래의 「반식민지주의·비동맹주의」라는 기치만으로써는 단합을 꾀할 수 없으므로 「제3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실제 「프랑스」는 이러한 정세의 변화를 최대한 활용한 듯이 「베네치아」 서방 7개국 정상회담에서 소련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 주둔 일부병력을 철수시키는 양보를 얻어 체면을 올리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자결권에 관한 제안도 EC제국으로부터 원칙적인 지지를 받아내 외교 수완을 보이고 있다.
동서독은 오는 8월의 양독 정상회담에서 ▲동독인의 서독방문에 대한 제한 완화 ▲동독의 화전 및 철도전화 사업에 대한 서독의 경제협력 ▲양독을 지나는 「베젤」강의 공해방지문제 등을 의제로 내걸고 비약적인 관계개선을 이루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독외교의 보다 장기적인 목표는 중부 「유럽」의 안정기반을 구축하는데 있다.
「슈미트」 서독 수상은 오는 가을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인 전「유럽」 안보협력회의에서 「유럽」의 「데탕트」구축을 위한 노력을 벌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 같은 외교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EC의 내부 결속을 보다 다질 필요가 있으며 독·불 협조는 「유럽」 복권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독·불 양국은 미·소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구 및 제3세계와의 관계를 증진해나가는 2인3각의 「역할분담외교」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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