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독·일 경기 모두 「황색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끝까지 청색신호를 깜빡이던 일본경제마저 황색기 (위험신호)를 내걺으로써 세계경제는 불황의 도도한 탁류에 완전히 휘말리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서독 등 주요 선진공업국들이 이제까지의 「인플레」 방어자세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적극 공세로 정책기조를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경제는 금년 하반기를 고비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을 것 같다.
일본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5월중의 경기동향지수는 32.0%로 경기상승·하강의 갈림길인 50%선을 크게 하회함으로써 독야청청을 자랑하던 일본경제도 마침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나타냈다.
경기동향지수가 50%선을 하회한 것은 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6월중의 석유제품 판매량도 전년 동월비 8.6% 감소, 75년 6월이래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일본은행은 22, 23일 전국지점장 회의에서 경기·물가에 대한 총점검 결과 미국의 경기후퇴에 따른 수출둔화로 초가을부터는 하강국면에 접어든다고 결론, 이제까지의 낙관적인 경기판단에 궤도수정을 했다.
통산성이 실시한 3·4분기 기업생산 「서베이」에서도 석유화학·섬유 등 기초소재산업부문을 중심으로 생산감소를 점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늘어 (70%) 이제까지 물가중심으로 펴온 경제정책을 경기회복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 재할 금리의 인하 등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사정은 한층 심각하다. 21일 발표된 「카터」 정부의 경기예측에 따르면 4·4분기의 실질성장율은 전년 동기비 「마이너스」 3.1%로 3월에 예측했던 「마이너스」 0.4%를 훨씬 하회하고 있다.
현재 7.7%인 실업율도 연말까지는 8.5%에 달할 전망이다.
더욱이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나빠 「카터」 정부가 약속했던 1단위 숫자로의 「인플레」 억제도 위협받게 됨으로써 선거를 앞둔 「카터」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슐츠」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은 『경기후퇴의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고 천명하고 있고 자동차·주택 등 2대 불황산업에 대해서는 지금이 바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카터」 정부로서는 「인플레」 압력에 계속 대응하면서 만성적인 실업, 생산성 저하에 대처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
따라서 「카터」 정부는 이미 자동차·철강 등 불황산업의 경기회복을 위해 업계·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통한 개별대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미국경제 재건을 위한 종합대책수립에 착수하고 있으며 그 방향은 당초 약속했던 「81년도의 적자재정 해소」를 희생시키고라도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시한다는데 핵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독도 미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물론 서독의 경기침체는 미국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다.
「킬」경영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율을 1.5%로 전망, 정부가 목표로 했던 2.5%수준을 하회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수요촉진정책까지는 필요치 않으나 긴축이 지나치기 때문에 금리수준의 조정이 필요한 것이라는 부분완화정책을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슈미트」의 사회민주당 (SPD) 정권은 금융긴축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으며 연방은행에서도 긴축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 세계를 얼렸던 긴축「무드」가 불황에 눌려 서서히 해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성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