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들 품에 안고 숨진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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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2일 한마을 25명이 숨진 회북면 고석리 일대엔 상오11시부터 큰일이 날 것 같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시작됐다.
처음 유제필씨(39·고석리) 집 뒷산이 무너지면서 유씨 집과 이웃 유남선씨(29)집이 함께 흙더미에 묻혔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건너 피할 수 없었던 마을사람들은 이마을 유태신씨(31)집으로 몰려들었다. 유태현씨 가족 4명 외에 유씨 집에는 친척간인 유봉선씨(41)의 3남매 등 유씨네 집안 16명과 이상술씨(34) 등 이 마을 이씨 집안 8명 등 모두 28명이 3간방과 마루에 빽빽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마루에서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유씨집에 왔던 이씨가 화장실에 다녀오다 『산사태다』고 외치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흙더미가 유씨집을 덥쳐 헛간만 남겨놓고 집도 사람도 모두 삼켜버렸다.
유씨 집은 순식간에 작은 산더미로 변했다.
비가 멎은 하오3시쯤 마을 사람들이 몰렸을 땐 유제권씨(49)의 아들 승만군(10)과 유태선씨(46)의 아들 천용군(11) 등 3명이 흙더미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을 구출할 수 있었을 뿐 모두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체발굴작업에서 김복례씨(31·여)가 막내 아들 진희군(3)을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과 유봉선씨의 아들 호만군(9) 올리양(6)남매가 두 손을 꼭 잡은채 숨져있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은 울었다. <보은=최근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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