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누」에 새긴 조각은 우리 장승과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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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은 어느 곳에서나 예술의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뉴질랜드」원주민「마오리」족이 창고 문이나「커누」뱃머리, 피리 등에 조각해놓은 인간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언뜻 동네 어귀 길목에 서있는 우리네 장승 모습과 흡사하다.
15일 상오 11시 개막한「마오리」족 민속품「탄가타」사진 전시회(한국국제문화협회주최·세종문화회관전시실)를 둘러보는 사람들은 그 친근함에 우선 놀란다.
「뉴질랜드」의 저명 사진작가「브라이언·브레이크」씨에 의해 촬영된「마오리」족의 공예품은「탄가타」라는 그들의 말 그대로 인간적이다.
9세기께「폴리네시아」로부터 이주해온「마오리」족은 수세기 동안「뉴질랜드」땅에 자리잡으면서「폴리네시아」우주관에 따라 각종 신과 반신 그리고 잡신들을 모시고 섬겨왔다고 한다.
그들의 예술 속에는 자연환경 앞에 왜소하게 느껴지는 인간의 고독이 잘 나타나 있다. 「마오리」조각의 대부분은 결이 가는 현무암과 비취로 새겼고 나무·경옥·뼈를 재료로 삼았다. 각종 도구와 무기 또는 가사집기와「커누」그리고 악기와 매장용 관에는 물건의 모양과 기능에 알맞은 그림이 표면에 새겨져 있으며, 때로는 부족의 상징 및 종교적 의미조차 지니고 있다.
낚시바늘·목걸이 등에 새겨놓은 인간의 모습은 인간의 길흉을 좌우하는 마력을 지닌 것으로 생각되었고 구불구불한 선형의 무늬는 넘실거리는 파도를 상징해 7척의「커누」를 타고「대이동」을 한 그들의 선조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현재「마오리」족은 약30만 명으로 전「뉴질랜드」인의 10%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는「뉴질랜드」의 전통으로 남아「뉴질랜드」를 지탱하는 자랑거리가 되고있다고 개막식에 참석한「에드워드·파논」주한「뉴질랜드」대사는 소개한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33점. 남태평양의 신비를 보는 관람객들은 바다소리를 듣는 듯 시원한 표정들이다. 개막식이 끝나고「마오리」족의 생활을 보여주는 짤막한 영화상영도 있었다. 전시회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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