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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기식은 학원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느 한쪽 재미를 보는 곳이 있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울상을 짓게 마련이다. TV과외가 생겨난 이후 방송가의 흥청거림과 대조적으로 타격을 심하게 받은 곳이 학원가와 출판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입시생이나 학부형 뿐 아니라 거국적인「호응」을 얻고있는 TV과외의「호황」에 대해 이의를 달수는 없는 형편이지만 「한방 먹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4대문밖에 모여있는 서울의 한 원가를 돌아보자. 한마디로 학원가는 총비상. 예년7, 8월이면 학원가로서는 대목울 볼 시절이다. 7월 하순부터는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가고 재수생들도 긴장을 가다듬는 대목인때문. 그런데 6월16일부터 시작한 TV과외 탓으로 7월 수강신청이 전체적으로 20∼30%정도 줄어들었다. 학원가에서 20년이상 뼈가 굵은 사람들에게는「이변」임에 틀림없다. 서울서대문구충장로2가에서 정진학원(단과반)과 배영학원구(종합반)을 경영하는 정육현원장의 말로는 『67년 학원을 설립한 이후 처음일』이라고 털어놓는다.
정진학원의 경우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새벽반 (상오5시 40분∼7시). 16개의 영·수·국 단과반 중에 8개가 인원미달로 「폐반」했다. 50%가 전멸한 것이다. 70명정언의 단과반은 보통 20명의 신청자가 있으면 강좌가 열리는게 보통이나 20명에도 미달, 강사의 교통비도 마련해주지 못할 형편이라 부득이 했다는 학원 측의 설명이다. 새벽반 같지는 않으나 하오8시30분부터 10시까지하는 밤반도 7개반이 취소돼 사정은 마찬가지. 시간대로 볼 때 새벽반과 밤반의 이같은 사정은 전적으로 TV과외 때문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서울동대문구제기동에 위치한 대자학원의 경우도 30%정도의 수강생감소를 가져와 10여개반의 폐반이 있었다는 서무과장 임민욱씨의 얘기다. 그러나 TV과외교사로 발탁된 수학반 이화씨의 강좌는 오히려 5∼10%정도 느는 인기도을 보여「매스컴」의 효과가 큼을 입증했다.
서울시내 44개학원중 11개의 단과반학원은 모두 같은 처지에 있다.
때문에 학원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한국학원총연합회(회장 박찬세·대일학원)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할게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전국학원에서, 빗발치듯 오고있는 형편.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조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또 『과열과외의 해소를 위한 묘방으로 나온 TV과외에 대해 우선은 환영할 일』이라는 공식견해 (인제형 사무차장의 말.) 오는 20일에 열리는 정례모임에 이문제도 거론될 것이나 「무책이 상책」이라는 의견밖에 별 뾰족한 얘기는 안나올 것이라고 비친다.
TV과외 충격에 대한 학원가의 낙관적인 견해는 대개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TV과외에 만족을 느끼는 쪽과 불만을 느끼는 쪽이 모두 있다는 점과 질문을 할 수 없는 일방적 TV강의에 교육적 효과를 크게 가질 수 없다는 장기적 관측이 또 하나다.
정진학원에 다니는 이경혜양(서울여고3)의 경우, 반에서 3등 안에는 꼭 든다는 우등생인 이양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양은「지학」단과반에 다니고 있는데 국·영·수 등 기초과목은 이미 한번 정리가 끝나 이제 다른 과목에「돌입」하고 있기 때문에 TV과외는 「덤」으로 보고있을 뿐이라는 것. 재수생인 곽영호군(19)도 금년의 공부계획을 이미 다 짜 놓았기 때문에「오불관언」이라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건 중상이상의 실력을 갖고있는 경우고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 과외를 따로 할 경제적 여건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는 「구세주」같은 환영을 받는 게 사실이다.
어떤 빵집에서 만난 강동주군(경신고3)은 TV과외를 이들에 한번은 꼭 본다면서『효과가 크다』는 의견.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정환·김종철군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이다.
한편 불황의 흑심한 시련을 치르고있는 서점가에 초「베스트셀러」로 등장한 TV과외교재는 오히려 다른 참고서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부수효과」도 가져왔다.
학싱들이 학원과외나 「그룹」과외를 하는 이유는 교과서이외의 좋은 참고서를 배울 수 있다는 이점에서다.
그러나 『학교공부에 TV과외만 충실히하면 구태여 과외를 할 필요가 있느냐』(경신고3 정환군의 말)는 학생들의 의견이고 보면 TV과외의 호황여부에 따라 참고서 업계의 부침과 판도변화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능력개발사의 교새「낙찰」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대출판사는 D사다. 서독에서 최신인쇄시설을 도입해 놓고있는 판에 한여름「개점휴업」을 하고있다는 푸념이다. 게다가「라이벌」인 능력개발사가 50만부를 찍어내는데 인쇄능력이 달려 D사에서 5만부를 거들어야했던 웃지 못할「에피소드」도 있다.
어쨌든 능력개발사는 물의를 빚었던 교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할 예정이고 가능한 수요예측을 정확히 해 학생들에게 불편을 안줄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있다. (정진호 영업부장의 말).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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