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세제 값만 비싸고 질 낮아|품질 관리기준 없이 시판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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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질오염의 주범인 가정용 경성(경성)세제가 오는 8월1일부터 연성(연성)세제로 바뀌지만 품질관리 기준마련이나 소비자 계몽 등 충분한 사전준비가 뒤따르지 못해 소비자 부담만 20∼30% 늘린 채 공해방지 효과는 제대로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5대 세제 「메이커」를 비롯한 60여개 군소회사들은 지난3월 환경청의 세제변경시책에 따라 새로운 연성세제 개발에 나서 L사·A유지 등 일부회사에서는 7월부터 시제품을 경성보다 20∼30% 비싼 값에 내놓고 있으나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이 없어 벌써부터 불량 저질품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 부인회가 시중에 나와있는 주방용 등 연성세제를 수거 ,조사한 결과 태반이 세척력이 표시보다 떨어지거나 거품이 잘 일지 않는 등 품질에 문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T사와 B사 등 일부「메이커」는 소비자에 대한 계몽부족을 틈타 독성이 경성세제나 마찬가지인 연성 세제를 「완전무독·무공해」로 과대선전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마음놓고 사용하다 피부염이나 기형아출산·발암 등의 부작용을 빚을 우려마저 있다.
업자들은 또 원료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연성세제의 시판가격을 1kg짜리를 6백40원으로 경성(1.2kg이 6백40원) 보다 약 20%비싸게 받고 있다.
연세대 공해문제연구소장 권숙표 박사는 『연성세제가 경성세제보다 물에 잘 녹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하천의 길이가 짧고 하수처리시설이 미비해 세제의 원료변경만으로는 세제전환의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미처 분해되기 전에 상수원에 말려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하천의 온도·수량·유속·하천속의 미생물 분포량 등을 놓고 어떤 세제가 얼마나 분해되는가를 연구해서 적합한 세제의 품질기준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일정조건아래서 물에 녹는 비율을 나타내는 생분해도(생분해도)를 기준으로 정해 품질 관리를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공산품 품질관리법에 품질표시상품으로만 지정해 성분·용도·표준사용량 등을 포장에 표시하도록 되어있을 뿐 실질적인 품질규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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