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하한가 15% 제한 풀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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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위아래로 15%씩인 주식시장의 하루 가격제한폭(상·하한가)을 단계적으로 확대·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증시 활황세가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2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증시 및 상장 활성화를 위해 1998년부터 15%로 묶여 있는 상·하한가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점진적으로 가격제한폭을 넓힌 뒤 일정 시점 이후에는 폐지하는 방안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상·하한가 제도가 없다. 이로 인해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거나 팔 때 물량 제약을 받아 국내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전세력’들이 이른바 ‘상한가 굳히기’ 등에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상·하한가가 사라지면 시장등락폭이 지나치게 커져 오히려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2012년 말 한국거래소가 한 차례 상·하한가 제도 확대·폐지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어 당시와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작용 방지를 위해 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거래를 중지한 뒤 한동안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방안 등 보완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방침이 확정될 경우 이달 말 또는 8월 중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릴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상장법인이 주식 총수의 20%를 의무적으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도 함께 검토 중이다. 최근 증시 불황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부 업체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우리사주 강매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법을 고쳐 노사 협의에 따라 20%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16포인트(0.64%) 오른 2061.97로 마감하며 사흘 연속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코스피가 2060포인트를 넘은 건 2011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외국인은 이날 약 3500억원을 순매수하며 11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박진석·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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