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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만년 후보 영 「그레이엄·그린」|새 소설 출간하자 「베스트셀러」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간의 끝없는 탐욕 파헤친 『제네바의····』>

<7 순에도 문학적 정열 과시>

<비평가들 "쉴 줄 모르는 장인기질의 승리">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노벨」 문학상의 최종후보로 손꼽혀온 영국의 세계적대작가 「그레이엄·그린」이 최근 새 소실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76세의 노령인 「그린」옹의 이번 작품은 『「제네바」의 「피셔」박사 또는 폭탄「파티」』.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파헤치는 이 소설은 발매 10여일 만에 일약「베스트셀러」의 자리로 뛰어 들었으며 비평가들은 「그린」의 「쉴 줄 모르는 장인기질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호반에 사는 탐욕스런 백만장자인「피셔」 박사는 자기 집에서 자주 만찬을 베풀면서 그곳에 찾아온 친구들에게 온갖 모욕으로 대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만찬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그가 내줄 값진 선물에 정신이 팔려 모든 수모를 거짓 아양을 떨면서 기꺼이 참아낸다. 이 속에서「피셔」박사는 그의 변태적 탐욕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또 자기의 딸이 한 가난뱅이 불구청년과 결혼한다고 하자, 그는 그 청년을 자기 집으로 불러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의 불구를 조롱거리로 삼는 기쁨 (?) 을 즐긴다.
그의 병적 탐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날밤 초대되어온 친구들 앞에 6개의 「크래커」틀 내놓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6개의 「크래커」 중5개에는 40만「프랑」씩 모두 2백만「프랑」의 수표가 들어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개에는 치사량만큼의 독이 들어 있다. 자, 즐겁게 드시라』고.
말미에서「그린」은 이렇게 묻는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딘가』고.
「런던」교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를 나온 「그린」은 유복한 주위환경 속에서 청년시절을 보내면서 한때 공산주의에 기울기도 하고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하다가 나중엔 「카톨릭」으로 개종했지만 언제나 그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정신세계는 인간의 사악함에 대한 강박관념이었다.
비평가들이 흔히 「그린란드」라고 부르는 그의 작품세계는 황야에서 피에 주려 썩은 시체를 찾는 독수리, 「램프 속에 다리가 꺾인 채 나갈 길을 찾는 파리-부패와 불구와 악의체취가 가득한 그런 세계다.
오늘날 「그린」은 그의 젊은 시절을 어린 시절의, 강압적인 가정교육, 어릴 적의 가정교사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정 때문이었다고 회고하고 있지만, 오늘날까지 변함 없이 지속되고 있는 그의 정신세계임에 틀림없다.
「조지·오웰」은 언젠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마치 사악한 것일수록 그 속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있다고 믿는 「보들레르」적 「무드」에 젖어 있는 것 같다』고.
아무튼 『지난 5년 전부터 남의 인생을 빌어 살고 있다고 느낀다』는 이 노 작가는 자기의 표현대로 『죽음을 마치 눈앞에 보이는 벽』으로 확실히 느끼면서도 작가로서의 문학적 정열만은 좀체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미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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